책소개
≪압록강에서≫. 애정과 혁명이 소용돌이 친다.
그의 작품은 독자에게 약간의 쓴웃음과 그리움을 선사한다. 청춘이기에 가능했다. 순수한 열정과 고뇌, 유치할 정도로 적나라한 감정. 혁명적 낭만주의 작가, 중국 장광츠의 ≪압록강에서≫다.
아! 친구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압록강 언덕의 작별이 영원한 작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조선에 자유의 날이 오더라도 나의 운고, 나의 운고는 영원히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걸세.
압록강 물은 해마다 다름없이 서러운 조선의 운명과 가련한 운고를 위해
나를 대신해 울면서 흐를 것일세!
장광츠는 1920년대 후반, 중국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6년 동안 활발히 활동하다 30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주로 젊은이의 애정과 혁명에 대한 열정을 담아냈다. 후에 중국 문단에서 유행한 ‘애정+혁명 충돌 소설’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의 작품에 스민 조국에 대한 걱정, 군벌에 대한 분노, 동포에 대한 연민이 비슷한 역사를 거쳐 온 우리의 가슴에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200자평
혁명적 낭만주의 작가, 중국 장광츠의 자전적인 소설 5편을 골라 엮은 단편집이다. 표제가 된 <압록강에서>는 조선인 이맹한의 애정담을 통해 침탈당한 조선의 상황을 침통하게 묘사했다. <형제 야화>에서는 부모가 정한 혼처를 거부하는 신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뿌리 깊은 인습에 저항한다. <쉬저우 여관의 하룻밤>에서는 여관에서 만난 접대부를 통해 군벌에 대한 분노와 무지몽매한 백성에 대한 연민을 그렸다. <사랑을 찾아서>에서는 천재 시인인 주인공이 애인을 찾는 과정을 통해 배금주의를 풍자했다. <부서진 마음>에서는 애인의 죽음으로 절망한 여주인공이 간호사복과 성서를 찢고 자살한다.
지은이
장광츠(蔣光慈, 1901∼1931)는 중국 문단에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고작 30세의 나이에 역시 혜성같이 사라진 낭만적 시인, 소설가이자 혁명가였다. 원명은 장루헝(蔣如恒)이고 다른 이름으로 장광츠(蔣光赤)를 쓰기도 했다. 안후이성(安徽省) 류안시(六安市) 진자이현(金寨縣) 바이타판향(白塔畈鄕)에서 태어나 1917년 여름에 우후(蕪湖)의 성립오중(省立五中)에 입학했다. 5·4운동 이후에는 교지 ≪자유화(自由花)≫의 편집장이 되어 우후 지역의 학생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었으며 우후학생연합회의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1920년에는 천두슈(陳獨秀, 1879∼1942)의 소개로 상하이에서 사회주의청년단에 가입했다. 1921년 5월에는 모스크바 동방노동자공산주의대학에 입학해 공부하면서 창작을 시도했으며 이듬해에 공산당에 가입했다. 1924년 가을에 귀국해 상하이대학 사회학과에서 가르치면서 선쩌민 등과 춘뢰문학사를 꾸렸다. 1925년 1월에는 자신의 최초 시집 ≪새로운 꿈(新夢)≫을 출판했으며 2월에는 창조사에 가입했다. 4월에는 베이징(北京)으로 올라가 중공 북방구(北方區) 집행위원회에서 일하다가 11월에 상하이로 돌아와 상하이대학에서 가르쳤다. 1926년에 중편소설 ≪소년 방랑자(少年飄泊者)≫가 간행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1927년 11월에 상하이 노동자의 무장봉기를 반영한 ≪단고당(短褲黨)≫이 출판되었는데, 이는 중국 프롤레타리아 혁명문학의 최초 성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28년에는 멍차오(孟超, 1902∼1976), 첸싱춘(錢杏邨, 1900∼1977) 등과 태양사(太陽社)를 꾸리고 ≪태양월간≫, ≪시대문예≫, ≪해풍주보(海風周報)≫ 등 간행물을 편집했다. 특히 ≪태양월간≫ 창간호에 실린 논문 <현대 중국 사회와 사회생활>, <혁명문학에 관해>는 창조사, 태양사와 루쉰(魯迅, 1881∼1936) 간의 혁명문학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29년 4월에는 장편소설 ≪리사의 슬픔(麗莎的哀怨)≫을 출판했는데, 이 소설에서 백러시아계의 귀족 여성을 동정했다는 이유로 좌익 문예계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1929년 11월 일본에서 요양하던 기간에 태양사 도쿄 지부를 설립하고 계속 문학 창작에 종사했다. 귀국한 뒤에는 루쉰, 러우스(柔石, 1902∼1931), 펑쉐펑(馮雪峰, 1903∼1976) 등과 중국좌익작가연맹 주비소조(籌備小組)를 조직했으며, 1930년 3월 중국좌익작가연맹이 성립된 뒤 후보 상무위원으로 선임되었다. 11월에 탈고한 장편소설 ≪포효하는 대지(咆哮了的土地)≫는 1927년 대혁명 실패 후 농촌의 첨예한 계급투쟁을 반영했는데, 이는 작자의 가장 성숙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로부터 오래지 않아 당시 당내 리리싼(李立三, 1899∼1967) 노선의 좌경 모험주의에 불만을 품고 자진해서 탈당을 신청했다.
1931년 4월에 폐병이 악화되어 8월 31일 상하이 퉁런의원(同仁醫院)에서 사망했다.
옮긴이
조성환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1987), 동 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서 문학석사(1989)와 문학박사(1996) 학위를 받았다. 일찍이 서라벌대학 중국어과에서 전임, 조교수, 부교수를 역임했으며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방문학자를 지냈다(2005). 지금은 천안에서 중국어문학 교육과 번역에 종사하고 있다. 그동안 만든 책으로는 편서 ≪북경과의 대화: 한국 근대 지식인의 북경 체험≫(2008), ≪경주에 가거든: 한국 근대 지식인을 통해 본 경주≫(2010), 역서 ≪중국의 최치원 연구≫(2009), ≪서복동도≫(2010), ≪압록강에서≫(2010) 등 20여 권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저자시
압록강에서
형제 야화
쉬저우 여관의 하룻밤
사랑을 찾아서
부서진 마음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아! 친구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이 압록강 언덕 위에서 한 작별이 그대로 영원한 작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조선에 자유의 날이 오더라도 나의 운고, 나의 운고는 영원히 다시는 만나 보지 못할 것일세. 언제 화촉을 밝힐 날이 있겠나! …압록강 가는 영원히 못 잊을 곳일세! 압록강 물은 해마다 다름없이 서러운 조선의 운명과 가련한 운고를 위해 나를 대신해 울면서 흐를 것일세!
2
…제성은 카이펑으로 가는 차를 기다렸다. 붐비고 혼잡하며 냄새나고 낡아 빠진 삼등칸에 앉아서 같은 칸의 좌우 승객들을 바라보니, 태반이 모두 낯가죽이 누렇게 뜨고 야위었으며 의복은 낡아 거지와 진배없는 사람들이었다. 또 그 아가씨의 처지와 병든 자기의 아내와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작은 소리로 낮게 탄식했다.
“슬픈 중국이여! 슬픈 중국인이여!”
3
지금의 세계는 돈의 세계다. 무슨 천재 시인이니, 연애의 순결이니 하는 것은 모두 개수작이다! 이튿날 그는 자신의 시 원고를 모두 불태워 버리고는 다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날부터 우리의 시인은 문단과 인연을 끊어 버렸다. 후에 ‘5·30’운동이 발생하자 그는 노동운동에 그의 희망을 걸 수 있다고 보고, 노동운동을 통해 자기가 받은 치욕을 없앨 수 있고 현재의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여겼다.
4
왜 현재의 중국에서는 진리를 이야기할 수 없는가? 왜 애국적인 일이 범법 행위인가? 경찰은 왜 인민을 보호하지 않는가? 학생은 강도도 아니요, 토비도 아닌데 왜 총검으로 그들을 마구 찌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