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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건 시선 초판본
ISBN : 9788966804160
지은이 : 전봉건
옮긴이 :
쪽수 : 167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2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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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그림으로 그린 포화(砲火)

6·25의 기억을 모티프로 한 시 중엔 전화(戰禍)의 고통을 지적 ‘오브제(objet)’로 그려 낸 의외의 가편들이 있다.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도 비극을 미학화해 낸 작품들이라 하겠는데, 우리는 이와 관련해 시인 전봉건(全鳳健)의 이름을 기억한다. ‘전후 모더니스트’라 명명돼 온 이유도 그러한 개성을 시단에 과감하게 선보였던 테크니션이었기 때문이다. 전봉건은 청각적 심상마저도 묘사의 어법을 고수함으로써 시를 하나의 ‘캔버스’로 일으켜 세웠다.
한마디로 전봉건의 시는 ‘말로 그린 데생’이라 할 수 있다. 작시법 면에서 ‘묘사’의 일관된 경도가 전봉건을 전후 모더니스트 중 가장 개성적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시인은 그 아비규환이 가득한 상황에서 각종 이질적 이미지들을 지적인 대위법(對位法)으로 처리하는 천재성을 보여 주었다. 때문에 전란의 상황을 고발하기 위한 진술이나 영탄 등은 그의 시에서 잘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전봉건의 시관(詩觀)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그의 시에서 전란과 관련한 ‘파토스(pathos)’는 대개 묘사의 부수 효과로 일어나지만, 그 파토스 자체를 목적으로 쓴 경우보다 독자의 가슴을 강렬하게 울린다.
전봉건의 손에 닿은 이미지들은 어떤 것이든 그 지성의 아틀리에에서 황홀한 비극의 데생으로 완성된다. 우리 시사가, 김종삼의 <평화롭게>에서 ‘평화로움’의 세계나 김춘수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에서 ‘부다페스트’의 세계처럼, 시대의 참상을 지적 언어로 처리해 낸 경우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모더니즘 시들이 종횡무진 하는 작금의 시단에서 현대 시사를 회고해 본다면, 전봉건은 앞 두 시인보다 더 지속적인 데생을 꿈꾼 자다. 시업의 전 시기를 회화의 의지 하나로 밀고 나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자평
모더니즘의 감각을 시력(詩歷)의 마지막까지 고수한, 전후 모더니스트 전봉건의 대표 시 60편을 소개한다. 전봉건은 상황의 비극성을 명분을 앞세운 절규로 드러내지 않고, 언어의 데생 작업을 한다. 묘사적 상상력이 전쟁을 전유하고 시각 영상으로 펴 보이는 전봉건의 시관(詩觀)을 통해, 독특한 지성으로 그려진 한국전쟁의 상흔을 엿볼 수 있다.

지은이 소개
전봉건은 1928년 평안남도 안주군 동면 명확리에서 부친 전형순과 모친 최성준의 일곱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시인 전봉래(全鳳來)의 동생이자 음악가 전봉초(全鳳楚)의 종제(從弟)다. 어린 시절부터 내성적이었기에 혼자 소년 소녀 서적 등을 탐독하는 일이 많았고, 독서 취미에 빠져 입학시험에 낙방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1945년에 평양 숭인학교를 졸업하고 전봉래를 통해 문학 세계에 발을 디뎠으며, 집중해서 시를 쓰기 시작한 때는 어린 시절 아파서 학교를 쉬던 시절부터였다고 한다. 1946년에 삼팔선을 넘어 월남했고, 1950년에 ≪문예≫지에 서정주와 김영랑이 그의 <원>, <사월>, <축도>를 추천했다. 그해 생활고 때문에 경기도 지역의 갈매국민학교에서 준교사를 하다가 6·25전쟁 때 징집됐다. 1951년 군위생병으로 근무하던 중 중공군의 진격 때문에 중동부 전선에서 부상을 입었고, 제대 후엔 대구 피난민 수용소에서 지냈다. 이 시기 김종삼, 이철범, 최계락 등과 교유했다. 1953년 이후 서울로 와서 ‘희망사’에 취직해 출판업에 손을 댔고, 1964년엔 월간 ≪문학춘추≫의 편집 일을 했으며, 1969년엔 월간 ≪현대시학≫을 창간해 주간을 맡기도 했다. 1957년 김광림, 김종삼 등과 공동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자유세계사)를 간행했고, 1959년에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춘조사)로 제3회 한국시인협회상을 받았다. 1961년엔 시론집 ≪시를 찾아서≫(청운출판사)를 냈으며, 1969년엔 장시집 ≪춘향연가≫(성문각)를 냈다. 1979년엔 시집 ≪피리≫(문학예술사)를 통해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1980년엔 시선집 ≪꿈속의 뼈≫(근역서제)를 냈고, 그해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1982년엔 시집 ≪북의 고향≫(명지상)을 냈다. 1983년에 시선집 ≪새들에게≫(고려원)를, 1984년에 시집 ≪돌≫(현대문학사)을 냈고, 이해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1985년에 시선집 ≪전봉건 시선≫(탐구당)과 장시집인 ≪사랑을 위한 되풀이≫(혜진서관)를 냈다. 1986년엔 시화집 ≪트럼펫 천사≫(어문각)와 수필집 ≪플루트와 갈매기≫(어문각)를, 1987년엔 시선집 ≪아지랭이 그리고 아픔≫(혜원출판사) 및 ≪기다리기≫(문학사상사)를, 그리고 수필집 ≪뱃길 끊긴 나루에서≫(고려원)를 냈다. 1988년 6월 13일을 일기로 작고했다.

차례
≪꿈속의 뼈≫
祝禱
장난
BISCUITS
속의 바다·3
속의 바다·19
儀式·1
儀式·3
儀式·4

피아노

乳房
太陽
말·3
말·4
코스모스
제비
가을 나그네

動物園
그림
女子
꽃과 下降
여름 1977
여름
無題
요즈음의 詩
가을

≪새들에게≫
1954年의 4月은 왔다
꿈과 포키트
音樂
오늘
江河
歐羅巴의 어느 곳에서
希望
薔薇의 意味
지금 아름다운 꽃들의 意味
江물이 흐르는 너의 곁에서
10月의 少女
빛에 대하여
바다의 편지
겨울 野獸
챔피언
全部 童話 같은
童話
아침의 여자
새끼 새 한 마리

장맛
여름 여자
햇살
새들에게
여름 예수

≪돌≫
돌·1
돌·5
돌·23
돌·27
돌·28
돌·31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 속으로
겨울 戰場
前方 救護所에
허옇게 눈을 뜨고
죽어 돌아온 兵士에게서
쏟아지는 피는
이상하게도 사타구니 한 곳을 향해
흘러내리더니 찬 陰毛에 엉기고 엉켜
거기서 뭔가 자꾸 꼬리 무는
말을 분주하게 하고 있었다
그중의 피 한 줄기는
발가락 사이까지 빠져 내려가더니
거기서 뭔가 자꾸 끊어지면서
말라붙는 말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죽은 者의
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말·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