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북스플랫폼 시즌원. 아티클 서비스
김동리 작품집
ISBN : 9788964063033
지은이 : 김동리
옮긴이 :
쪽수 : 213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0년 3월 15일


책 구매
아티클 보기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초판본 한국 근현대소설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김동리 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어려운 상황 속에 들었지만 끝끝내 자신을 지켜내는 강한 주체가 그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는 점이다. 그 강한 주체는 무당, 주모, 낙백한 전향자 등 하나같이 주변부 존재로서 중심부를 장악한 지배질서 밖으로 밀려났으며 동시에 스스로 그 같은 소외를 선택한 외로운 존재다. 말하자면 그는 ‘소외된/스스로를 소외시킨’ 존재다. 그는 또한 세계의 억압에 눌려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제약당한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강한 주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예수귀신이라는 타자와 싸우는 <무녀도>의 무당 모화는 이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그 차이는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모화와 예수귀신의 싸움은 프로문학 속 싸움과는 전혀 다르다. ‘신령님’을 모시는 무당으로서 인정할 수 없는 외래의 귀신이기에 모화가 예수귀신을 물리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뿐, 예수귀신의 부정적 속성을 알았기 때문에 그 싸움에 나아간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대상에 대한 논리적 분석, 비판, 부정의 언어를 따라 타자 해체의 투쟁에 나아가는 프로문학의 주체들과는 같지 않다.<무녀도>의 중심은 예수귀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무당과 죽은 영혼이 일체화하고 무당의 육신과 정신이 춤과 소리로 승화하는 작품 마지막의 굿이다.
그 춤과 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무당이 모시는 신의 그것이니 그녀의 육신과 정신이 춤과 소리로 승화되었다는 것은 그녀와 ‘신령님’의 완벽한 일체화를 뜻한다. 무당 모화가 죽은 영혼과도 ‘신령님’과도 하나 된 이 순간은 저승과 이승을 잇는 중개자로서의 무(巫)의 존재성이 가장 완전하게 실현된 때이다. 이 순간 모화는 벙어리 처녀 낭이의 어머니도 아니고 아들을 죽게 한 모진 운명의 어미도 아니며, 천대 받는 최하층 천민도 아니고 외로운 홀어미도 아니다. 인간세상의 온갖 관계들에서 풀려나 신의 세계를 노니는, 무당인 자신의 자신 됨을 가장 완전하게 살고 있는 완성된 존재이다. 그녀는 신과 하나 된 무아지경에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 죽음의 세계로 건너가고 말지만, 그 죽음은 한 완성이니 죽음 일반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이처럼 죽음으로써 자신의 존재성을 완전하게 실현함으로써 스스로를 완성된 존재로 세우는 모화는 적대적인 타자와 투쟁하는 타자라기보다는 전심전력 애써서 자신의 자신 됨을 지키는 강한 주체라 할 것이다.
김동리 문학 속 이 같은 강한 주체에겐 자신의 자신 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앞서는 과제다. 자신의 자신 됨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부정성과 맞서 싸워야 하지만 내부의 부정성과도 맞서 싸워야만 한다. 강한 주체로 자신을 세운 이 같은 젊은 정신이 자기 내부의 부정성에 눈감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내부의 부정성에 맞서 가혹한 자기 부정을 극단까지 밀고 가는 <두꺼비>의 인물 성격이 솟아올랐다.
지난날 열렬한 민족주의자였으나 전향하여 일본의 대륙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친일파로 전향한 삼촌의 이른바 ‘소승주의에서 대승주의로의 전환’이 결코 가릴 수 없는 ‘번듯한 위선’이라는 것, 그 위선은 이미 자기 자신의 일면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정시하는 주인공은 그런 자신을 향해 내닫는 ‘증오와 경멸’, ‘알뜰히 저주하고 모질게 확대해 보고 싶은’ 마음 움직임을 어쩌지 못한다. 가혹한 자기 부정에 나아가는 것인데, 저 강렬한 ‘두꺼비’ 이미지가 이에 대응한다.
그 이미지는 구렁이에게 잡아먹힌 두꺼비의 뱃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구렁이의 몸을 헤치고 나온다는 전설 속 삽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자신을 죽임으로써 적의 완전 해체를 이룬다는 것인데, 절대의 적의가 섬뜩하다. <두꺼비>의 주인공이 품고 있는 적의의 성격 또한 이와 마찬가지임은 물론인데, 그것은 놀랍게도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 절대의 자기 부정 의식인 것이다.
우리 문학에서 이처럼 강렬한 자기 부정 의식의 예는 찾기 어렵다. 이 부정 의식은 또한 ‘대승주의’를 내세워 일본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데 이른 ‘삼촌’의 ‘전향’에 대한 근본적 부정 의식이기도 한 것인데, 이는 그럴 듯한 표어로써 자신의 전향을 합리화하고자 했던 1930년대 중반 이후 이 땅의 무수한 전향 지식인들의 근본을 무찌르는 것이다.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는 이 엄중한 부정의 정신은 대속(代贖)으로서 자신의 목숨을 부처 앞에 바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등신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재물 욕심에 눈멀어 전실 자식을 해치려 한 어머니의 죄를 깊이 앓다가 소신공양(燒身供養), 자신의 몸을 태워 부처께 바침으로써 그 죄의 벌을 대신 치르는 만적 선사의 정신은 곧 부정적인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는 엄중한 부정의 정신이다.

200자평
김동리 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어려운 상황 속에 들었지만 끝끝내 자신을 지켜내는 강한 주체가 그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는 점이다. 그 강한 주체는 무당, 주모, 낙백한 전향자 등 하나같이 주변부 존재로서 중심부를 장악한 지배질서 밖으로 밀려났으며 동시에 스스로 그 같은 소외를 선택한 외로운 존재다.

지은이 소개
김동리는 1934년 <조선일보>에 시 <백로(白鷺)>가 입선함으로써 등단하였다. 이후 소설로 전향하여 1935년 <중앙일보>에 <화랑의 후예>, 1936년 <동아일보>에 <산화(山火)>가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의 위치를 다졌다.
김동리 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어려운 상황 속에 들었지만 끝끝내 자신을 지켜내는 강한 주체가 그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는 점이다. 그가 끝끝내 지켜내고자 하는 ‘자신 됨’은 종교적 믿음, 핏줄에 대한 자부, 절대의 사랑, 고독, 자존의식 등이다. 그 무엇이든 그들은 그것에 철저하여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김동리 문학 속 이 같은 강한 주체에겐 자신의 자신 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앞서는 과제이다. 당연하게도 그는 내성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 됨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일로매진, 앞으로 나아가는 김동리 문학의 강한 주체는 다른 한편, 강렬한 자기 부정의 의식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복합성의 존재이다. <무녀도>, <황토기>, <두꺼비>, <역마>, <등신불>, <을화> 등의 큰 봉우리로 이어지는 김동리 문학 산맥의 중심에 놓인 것은 이 같은 존재성이다.
김동리는 뛰어난 비평가이기도 하였다. ‘구경의 형식 탐구’라는 깃발을 내걸고 전개된 김동리의 비평 작업은 한국 현대문학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김동리는 또한 훌륭한 교육자였다. 서라벌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길러낸 제자들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문인들이 ‘김동리사단’을 이루어 한국 현대문학사 전개를 중심에서 이끌었다.
1949년 한국문학협회 소설 분과 위원장, 1953년 서라벌예술대학 교수 등을 거쳐서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을 역임했다. 1990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다가 1995년 6월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는 소설집으로 ≪무녀도(巫女圖)≫(1947), ≪역마(驛馬)≫(1948), ≪황토기(黃土記)≫(1949), ≪귀환장정(歸還壯丁)≫(1951), ≪실존무(實存舞)≫(1955), ≪사반의 십자가≫(1958), ≪등신불(等身佛)≫(1963), 평론집으로 ≪문학과 인간≫(1948), 시집으로 ≪바위≫(1936), 수필집으로 ≪자연과 인생≫ 등이 있다. 예술원상 및 3·1문화상 등을 받았다.

차례
해설 ······················11
지은이에 대해 ··················20

무녀도(巫女圖) ··················23
황토기(黃土記) ··················57
두꺼비 ·····················107
역마(驛馬) ··················133
등신불(等身佛) ·················171

엮은이에 대해 ··················203

책 속으로
이날 밤, 모화의 정숙하고 침착한 양은 어제같이 미첬던 여자로서는 너무도 의아하였다. 그것은 달ㅅ밤으로 산에 기도를 다닐 적처럼 성스러워도 보이었다. 그의 음성은 언제보다도 더 구슬펏고, 그의 몸세는 피도 살도 없는 율동(律動)으로 화하여젔었다. 이때에 모화는 사람이 아니요, 율동의 화신이었다.
밤도 리듬이었다.… 취한 양, 얼이 빠진 양, 구경하는 여인들의 호흡은 모화의 쾌자ㅅ자락만 따라 오르나리었고, 모화는 그의 춤이었고, 그의 춤은 그의 시나위ㅅ가락이었고… 시나위ㅅ가락이란, 사람과 밤이 한 개 호흡으로 융화되려는 슬픈 사향(麝香)이었다. 그것은 곧 자연의 리듬이기도 하였다.
-<무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