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북스 아티클
이익상 작품집
ISBN : 9788964063323
지은이 : 이익상
옮긴이 : 박연옥
쪽수 : 191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0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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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초판본 한국 근현대소설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흙의 세례>에서는 귀농한 지식인의 자기모순과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귀농한 젊은 부부 명호와 혜정은 생애 처음으로 흙을 밟으며 밭을 갈고는 고무되어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위안도 잠시, 친구 부부의 사회적 성공을 알리는 신문 기사를 읽으며 한가지로 피로를 느끼게 된다. 명호는 사회에 불평을 가진 자이고, 또 여러 사람 가운데 뜻을 얻지 못한 것에 실망한 자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회적으로 실패한 자가 되어 스스로의 내면세계에 진실하고자 하는 것이다. 명호의 고백에는 일제 강점기 민족적 수난에 맞서 행동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자기변명과 함께 진보적인 좌파 진영의 현실감 없는 사상 투쟁의 난맥상이 동시에 읽힌다.
<그믐날>에서 신문사에 근무하는 성호는 두 달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집세는 물론 쌀과 반찬 등 모든 거래를 외상으로 하면서 생활했다. 성호는 모든 외상을 그믐날 갚겠다고 약속해 놓았는데 그믐날까지 월급이 나오지 않자 궁지에 몰린다. 그의 가족은 외상값을 받으러 올 상인들을 피해 잠시 집을 비운다. 그런데 정작 그날 오후 월급이 나오자, 진고개로 나가 과자와 잡지, 장난감 등을 사고 백화점에 들러 화장품과 넥타이를 사는 등 사치성 소비재를 충동적으로 구매한다. 도시소설·세태소설로도 평가받는 이 소설에서는 1920년대 경성의 풍경뿐만 아니라 “소비자본주의에 훈육되어 가는 소시민적 주체의 모습”이 실감 나게 그려진다.
<번뇌의 밤>은 조혼한 구식여성의 시선이라는 이색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자유연애론을 풀어 나간다. 숙경은 일본 유학생 남편을 둔 구식 여성이다. 신여성처럼 교육을 받지 못했고, 결혼 또한 본인의 의사가 아니라 부모의 뜻에 따라 조혼을 치렀다. 자상한 시어머니와 남편의 보살핌 아래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소문으로 전해 오는 신여성과 지식인 남성 간의 연애 사건과 그로 인해 고향의 조강지처가 버림을 받는다는 변화된 세태에 불안해한다.
<쫓기어 가는 이들>은 신경향파 문학 또는 초기 카프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궁핍한 생활고를 타개하기 위해 고향을 떠난 득춘 부부의 ‘이향(離鄕)’의 여정은 식민지 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다. 마름이 바뀌면서 소작을 떼이고 빚마저 갚을 길이 막연해지자 득춘 부부는 야반도주를 강행한다. 생계를 마련할 방도가 나지 않자 주막을 차리고 술장사를 시작하는데, 아내가 동네 유지인 술꾼에게 희롱을 당하자 득춘은 한바탕 싸움을 벌인 후 또다시 그곳을 뜬다. “다른 사람에게 굴종한 것이 무엇보다도 붓그러웟다”는 득춘의 자각은 억압받는 하층민의 계급적 각성으로 이어지는 진일보한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다.
<어엽분 악마>는 갱생의 삶을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기생 출신의 젊은 여성과 그의 공부를 돌봐주기 위해 “출장 교수”가 된 청년의 짧은 인연을 다루는 작품으로, 연애와 성장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흥미롭게 조합한다. 고향 처녀 C의 공부를 돌봐주게 된 명수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보겠다는 C의 결심에 대해서 대견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실이 보통 여자들보다는 대담하고 유혹적이라는 경계심 또한 가진다. 늑막염이 재발하면서 C는 치료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지만 갱생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마저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편지를 명수에게 남기고, 명수는 C의 편지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확인한다.

200자평
이익상의 짧은 생애에 아로새겨진 문학적 연대기를 일별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의 애처로운 ‘나비’다. 한편에서는 “초기 프로문학의 자연발생적인 반항적 요소를 대표”하는 작가로, 다른 한편에서는 “소위 신경향파 작가로서도 내세울 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만 영원히 미완성의 작가”로 평가받는 그의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지은이 소개
이익상은 1895년 지금의 전라북도 전주시 태평동에서 전주 이씨 건한과 김해 김씨 성녀 부부의 두 형제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 본명은 이윤상(李允相), 호는 성해(星海).
이익상의 문학적 행보는 한국 근대문학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1920년 김억·남궁벽·우상순·황석우·변영로·나혜석·염상섭 등이 창간한 동인지 <폐허>에 참여했으며, 1921년 ‘도쿄 조선인유학생학우회’의 기관지인 <학지광> 편집부원을 지냈다. 1924년 김기진·박영희·안석영·김복진·연학년·이익상·이상화 등과 그들의 성과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파스큘라(PASKYULA)>를 결성하고 ‘인생을 위한 예술’ ‘현실과 투쟁하는 예술’ 운동을 표방했다. 1925년 파스큘라와 1922년 조직된 최승일·송영·김영팔 등의 좌익 문학 단체 <염군사>를 통합해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을 결성했다. 그러나 1926년 12월에 개최된 <카프> 임시 총회에서 자진 탈퇴하는데, 투철한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된 투사를 필요로 하는 조직과 부합되지 않는 그의 성격이 그 원인으로 보여진다.
이익상은 1924년 9월 <조선일보> 기자로 출발해 1927년 11월 <동아일보> 학예부 기자와 학예부장을 역임한 뒤에 1930년 2월부터 <매일신보> 편집국장 대리로 재직하는 등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이익상은 당시 지식인들의 관심 분야인 영화와 연극에까지 폭넓은 관심과 활동을 전개해 나갔는데, 1926년에는 김기진·윤심덕 등과 함께 진보적 연극단체 <백조회>를 결성했으며, 1929년에는 김홍진·박승희·김팔봉 등과 동양영화사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같은 해에 이익상(<매일신보>)은 이서구(<매일신보>), 김기진(<중외일보>), 안석영(<조선일보>) 등 주요 신문사 영화 담당 기자들과 영화산업의 진흥을 위해 <찬영회>를 조직했다. <찬영회>에서는 출범 기념으로 최승희의 무용과 극단 토월회의 연극 공연, 영화 상영회 등을 개최했으나, 1931년 1월 나운규가 주도한 ‘찬영회 사건’을 계기로 해산했다.
작가와 언론인으로, 그리고 문화운동가로, 당대 지식인들이 선망했던 이상적인 경력의 소유자인 이익상도 식민지 지식인의 생활고는 비켜 가지 못했다. 이익상은 불안정한 생활과 고혈압, 대동맥경화증 등 신병으로 오래도록 고생하였는데, 특히 투병 중이던 최서해에게 대량 수혈한 후유증으로 1935년 4월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남긴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낙오자>(1919), <번뇌의 밤>(1921), <연의 서곡>(1924), <흙의 세례>(1925), <쫓기어 가는 이들>(1926), <그믐날>(1927) 등과 장편소설 ≪키 잃은 범선≫(<조선일보>, 1927. 1. 1.∼7. 19), ≪짓밟힌 진주≫(<동아일보>, 1928. 5. 5.∼11. 27), ≪그들은 어디로≫(<매일신보>, 1931. 10. 3.∼1932. 9. 29) 등이 있고, 작품집으로 1926년에 발표된 ≪흙의 세례≫(문예운동사)가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번뇌의 밤
흙의 세례
쫏기어 가는 아이들
그믐날
어엽분 악마

엮은이에 대해

책 속으로
혜정은 가만히 안저 신문을 보다가
“우리가 이대로 여긔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아무 알 사람이 업겟지오. 이 동리 사람 외에는-그리고 알랴고 하는 사람도 업겟지오. 그저 엇더한 늙은이와 늙이가 살다가 죽엇다고 하겟지오. 혹 자손이 생긴다 하면 그것들이 조곰 섭섭한 생각을 하다가 얼마 지내면 그대로 이저바리겟지오. 네?”
명호는 아모 말도 업섯다.
그들은 정신이나 육신에 한 가지로 疲勞를 늣기엇다. 어둠의 장막이 고적과 싸우는 두 혼을 덥혓다.
-73쪽

득춘은 지금까지 자긔의 살아갈랴고 애쓰고 다른 사람에게 굴종한 것이 무엇보다도 붓그러웟다. 그러한 굴종에서 버서나서 이러케 복수할 때의 깃븜이 엇더케 큰 줄을 비로소 알엇다. 아! 그 부자놈! 나를 업수히 녀기는 부잣집 서방님이라는 놈! 내의 한 주먹에 걱구러저 낑낑대는 그 약한 자를 볼 때의 유쾌한 마음…-이것이다! 이것이다.
그리고 안해의 손에서 또는 입에서 드러운 것을 모도 씨서서 버리고 다시 예전과 가튼 깨끗한 입을 대하는 듯하엿다. 그는 그리하야 부르지젓다.
“이놈들 나는 처음으로 이 세상을 지내갈 방침을 뎡하엿다. 래일 죽어도 조타! 악은 악으로 갑흘 터이다.” 그리고는 니를 악무럿다. 안해는 떨며 그 가슴에 안기어 울엇다.
-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