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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준 작품집
ISBN : 9788964063460
지은이 : 최인준
옮긴이 :
쪽수 : 233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0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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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초판본 한국 근현대소설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최인준 소설은 압도적 현실에 휩쓸리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그려냈다. 소설의 의미소는 개인이 현실과 부딪치며 깨져 나가는 생채기로부터 나온다. 좌절된 그들의 꿈과 희망은 고스란히 소설의 몸이 된다. 가령 <암류(暗流)>의 어둠은 가난으로부터 온다. 이때의 가난은 물질적 궁핍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생존의 선택을 필연적으로 규정짓는 숨은 운명의 다른 이름이다. 첫째 아들 철이를 서울로 유학 보내기 위해 전답을 팔아넘기면서 가세는 기울고 아버지는 과로사한다. 뒤이어 어머니도 반신불수가 되고 “마즈막으로 룡이 자신이 히생”되어 학교를 중퇴하고 만다. 소설에서 말하듯 “‘우연’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필연성’을 가지였다.” 최인준 소설은 우연을 가장해서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필연성에 관한 이야기다.
<상투>는 일제의 단발령 때문에 상투를 잘린 김 첨지의 이야기다. 간만에 장거리에 놀러 갔다 김 첨지는 상투를 잘리는 봉변을 당한다. 너무도 큰 절망감에 “김 첨지가 담모통이에 펄석 주저앉으며 상투의 시체를 덥석 웅키여 잡었다.” 재미있는 건 잘린 상투를 시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다. 상투 자체가 이미 하나의 생명체였다. 즉, 타인과 구별하게 해주는 정체성의 다른 이름일 터이다. 타인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개인에게는 중요한 징후다. 상투가 잘리고 얼마 뒤 김 첨지는 마을에서 사라진다. 사라진다는 건 공동체 내에서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상징적 제스처다. 그러니 상투를 잃어버리는 건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이름, 고유명의 형해화를 의미한다.
억압적인 사회가 개인의 존재성을 존중하지 않을 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상투>에서처럼 마을에서 사라지거나, 폭압적 현실 앞에서 나약한 존재로 규정되거나(<약질>), 생계를 위해 실질적인 첩살이를 해야 하는 선택(<호박>)만이 남아 있다. 최인준은 비인간적인 선택만을 강요하는 잔인한 현실을 통렬히 고발한다.
최인준 소설은 현실의 수레바퀴 밑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태도를 보여 준다. 어떤 걸 피할 수 없다고 느끼는 건 원래 그래서가 아니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을 반드시 두 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표층의 차원과 스스로가 의미화하고 만들어 가려는 차원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것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가 살아간다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종류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할 때 우리는 도약할 수 있다. 그러니 세상의 관점에서 묻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이 확실하다고 믿기 쉽지만 보는 건 딱 그 수준에서 정확히 우리를 어느 순간 배반할 것이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걸 믿어야 한다.

200자평
최인준 소설은 압도적 현실에 휩쓸리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그려내며 비인간적인 선택만을 강요하는 잔인한 현실을 통렬히 고발한다. 소설의 의미소는 개인이 현실과 부딪치며 깨져나가는 생채기로부터 나온다. 좌절된 그들의 꿈과 희망은 고스란히 소설의 몸이 된다. 또 한 그의 소설은 우연을 가장해서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필연성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 소개
최인준(崔仁俊, 1912∼?)은 평양에서 출생했으며 소학교 시절을 진남포 삼숭학교(三崇學校)에서 보내고 이후 평양 광성고등보통학교(光成高等普通學校)를 거쳐 서울의 보성고등보통학교(普成高等普通學校)에 들어가 4학년까지 재학했다. 재학 중 동맹휴학 사건에 연루되어 결국 중퇴하고 만다. <조선일보>에 <춘보(春甫)>, <조선농민>에 농민소설 <대간선(大幹線)>이 당선되어 문학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중편 <폭풍우 전>, 희곡 <신작로>, 단편 <형제>를 발표한다. 그리고 <신소설>에는 <양돼지>, <하나님의 달>, <그의 수기>등을 발표한다. 193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황소>가 당선되고, <신동아>에 <암류>가 가작 입선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다.
최인준 소설은 농촌 현실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일제 치하 농촌의 가난하고 비참한 삶과 사람들의 고통을 핍진성 있게 그려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역시 현실 적응에 실패한 인텔리 소시민을 다루고 있다. 그의 소설은 일제 식민지 시대 우리 민족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중편 <암류>(1934), 단편 <안해>(1935), <통곡하는 대지>(1936), <춘잠>(1936)에서는 식민지 시대 궁핍을 강요당하는 우리 민족의 삶을 그려내어 당대의 역사적 형상화에 기여하였다.
이 밖에 <폭양 아래서>(1935), <상투>(1935), <삼 년 후>(1935), <밤>(1936), <수술>(1936), <이른 봄>(1936), <여점원>(1936), <잊혀지지 않는 소년>(1936), <약질>(1936), <종국>(1936), <우정>(1936), <셰퍼드 주인>(1937), <두 어머니>(1937), <호박>(1938), <제고양지묘예혜>(1940) 등의 소설과 <문학 잡지에 대하여>(1936), <악령에 비견할 만한 종생의 대작을>(1937), <엄흥섭론>(1937) 등의 평론이 있다. 엄흥섭(嚴興燮), 현경준(玄卿俊)과 함께 동반작가(同伴作家)로 알려져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암류
상투
이른 봄
춘잠
약질
호박

지은이 연보
엮은이에 대해

책 속으로
지리한 권태라고나 할가?―어쩐 일인지 막연하게 짓누루듯한 이상한 분위기(雰圍氣)가 그로 하여금 방안에만 들어 있게 하지 않었다
그는 거리거리로 쏘단이였다.
그리고 어떤 순간―멈칫! 서서 귀를 기우리었다. 아스팔트의 맨 밑바닥에서 힘있게 힘있게 소용도리를 치는 음향을 들을려고―그 음향이 금시에 아스팔트를 뚫고 폭발될 것 같었다. 그 거대한 현대 도시의 ‘매카니즘’이 금방 쓸어질 것 같었다.
“그때가 오기까지-”
그가 걸었다.

<암류>, ≪최인준 작품집≫ 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