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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곤강 시선 초판본
ISBN : 9788964068465
지은이 : 윤곤강
옮긴이 :
쪽수 : 189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1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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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윤곤강은 일제의 군국주의가 노골화되던 1930년대 초반 문단에 등장해 왕성한 시작 활동을 전개한 시인이자 비평가다. 윤곤강은 식민지 현실과 자아의 대립관계를 ‘고독’을 통해 형상화한다. 그의 ‘고독’은 외로움 자체라기보다는 식민지 현실이 가져다 준 “주검 같은 고독”이자 “슬픔의 빈터”와 같은 고독이다. 따라서 그의 고독은 1920년대 백조파 시인들이 보여 준, 퇴폐주의적 감상주의에서 파생되는 고독과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그의 고독은 그 이면에 “지리지리한 절눔바리 놈 歲月”(<창공>)인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성을 내포한다. 시 전반에 걸쳐 있는 이러한 욕망은 윤곤강의 시를 구축하고 있는 하나의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그의 시세계는 시적 변모 과정에 따라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문단 데뷔 시절부터 시집 ≪대지≫, ≪만가≫를 간행한 시기까지와, ≪동물 시집≫, ≪빙화≫를 간행한 시기, 그리고 해방 이후로부터 ≪피리≫, ≪살어리≫를 발간한 시기까지다.
제1기에는 식민지인의 비애와 계급의식이 표출된다. 프로시의 특징인 진취적이고 격렬한 내용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리얼리즘의 면모가 드러나 전·선동하는 구호적인 강한 톤으로 시적 분위기를 이끌고 있으며, 일제 식민지의 모순을 간파한 시적 화자의 강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193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일제의 군국주의는 점점 노골화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앞의 두 시집에서 보여 주던 리얼리즘적 경향의 시는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때 그는 ‘동물’을 소재로 ‘생’의 절실함과 소중함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해방 이후 윤곤강은 잃어버린 주권을 회복하고 민족 주체의 동질성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시집이 제5시집 ≪피리≫와 제6시집 ≪살어리≫다. ≪피리≫의 머리말에서 그는 “헛되인 꿈보다도 오히려 허망한 것은 죄다 버리고 나는 나의 누리로, 나의 누리를 찾아, 돌아가리로다”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민족의 전통을 계승하고 민족 언어를 되찾기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200자평
일제강점기와 해방 공간을 살면서 일관되게 ‘민족’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생성하려 했던 시인 윤곤강. 식민지 현실이라는 역사적 질곡의 시기를 살아가면서 글로 표현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던 시대적 사명감과 대쪽 같은 성격, 그리고 근면하고 성실한 면이 그대로 드러난 그의 대표작을 만나 보자.

지은이 소개
윤곤강(尹崑崗, 1911∼1950)
윤곤강(1911∼1950)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시인이다. 같은 해에 태어난 문인으로 김남천, 노천명, 정비석, 안수길, 박영준, 윤석중, 이원수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윤곤강은 이들과 더불어 척박한 한국의 근현대문학을 일군 시인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올해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 주관으로 개최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에서 그의 시 <별과 새에게>가 낭송된 것도 그의 위상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시 <나비>와 <해바라기> 등이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점과 그의 시론집 ≪시와 진실≫(1948)이 김기림의 ≪시론≫에 이어 우리 문학사에서 두 번째로 발간된 점도 한국의 근현대문학사에서 차지하는 그의 적잖은 비중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렇듯 윤곤강은 우리의 근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족적을 남긴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윤곤강은 1911년 9월 24일에 충남 서산군 서산읍 동문리 777번지에서 부친 윤병규(尹炳奎)와 모친 김안수(金安洙) 사이의 3남 2녀 중 장남으로 출생한다. 아호 ‘곤강(崑崗)’은 천자문의 “금생려수(金生麗水) 옥출곤강(玉出崑崗)”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1930년에 일본 센슈(專修)대학에 입학해 ≪시인춘추(詩人春秋)≫로 활동하던 그는 1931년 11월에 종합지인 ≪비판(批判)≫(7호)에 <녯 성터에서>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하게 된다. 이후 이 ≪비판≫을 비롯해서 ≪조선일보≫, ≪우리들≫, ≪중앙≫, ≪조선중앙일보≫ 등에 시를 지속적으로 발표한다. 1933년 일본에서 귀국한 그는 ≪신계단(新階段)≫(8호)에 평론 <반종교문학의 기본적 문제>를 발표해 시뿐만 아니라 비평 활동도 같이 한다. 1934년 2월 10일 현실 비판적인 작품 활동을 해 오던 윤곤강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인 ‘카프(KAPF)’에 가입한다. 그러나 몇 개월 뒤 제2차 카프 검거 사건에 연루되어 7월에 전북 경찰부로 송환되었다가 장수(長水)에서 5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12월에 석방된다. 당시 수감 생활의 모습은 그의 시 <향수 1>, <향수 2>, <향수 3>, <창공>, <일기초>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해에 처음으로 소설 <이순신>을 ≪형상≫(1호)에 발표한다. 이후 그는 충남 당진읍 유곡리로 낙향했다가 1936년에 상경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간다.
1937년에 서울의 사립학교인 화산(華山)학교에서 교원으로 근무하며 그의 첫 시집 ≪대지(大地)≫(풍림사)를 발간하게 된다. 이듬해에 제2시집 ≪만가(輓歌)≫(동광당서점)를 펴낸다. 그리고 1939년에는 제3시집 ≪동물 시집≫(한성도서주식회사)을 발간하게 되고, 다음해에 제4시집 ≪빙화(氷華)≫를 출간하는 등 4년에 걸쳐 시집 네 권을 펴내는 왕성한 모습을 보여 준다. 1943년에 명륜전문학교(성균관대학교 전신)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그는 ‘조선문인보국회(朝鮮文人報國會)’ 시부회(詩部會) 간사로 임명되기도 한다. 1944년 동거하던 김원자와 사별하게 된 그는 충남 당진읍 읍내리 368번지로 낙향한다. 이 시기 일제의 강제 징용을 피하기 위해 면 서기로 근무한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상경한 그는 조선프롤레타리아문학동맹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카프에 가담해 식민지 현실을 비판적으로 표출하던 작품 세계가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1946년 모교인 보성고보 교사로 근무하게 되고, 이후 그는 조선문학가동맹을 탈퇴한다. 이 시기 문우들과 함께 해방 기념 시집인 ≪횃불≫을 발간한다. 1947년 그는 성균관대 시간강사로 출강하면서 편주서인 ≪근고조선가요찬주(近古朝鮮歌謠撰註)≫(생활사)를 펴낸다. 1948년에 중앙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그는 고독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면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 준다. 제5시집 ≪피리≫(정음사)와 제6시집 ≪살어리≫(정음사)를 펴냈으며, 김기림의 ≪시론≫에 이어 두 번째로 시론집 ≪시와 진실≫(정음사)과 찬주서 ≪고산가집(孤山歌集)≫(정음사)을 발간한다. 그러나 그는 건강이 악화되어 1950년 1월 7일 서울 종로구 화동 138-113번지에서 작고하게 되고, 충남 당진군 순성면 갈산리에 안장된다. 제주 조각공원과 보성고교, 그리고 충남 서산시 서산문화회관과 그의 묘소 입구 등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차례
제1시집 ≪대지≫
渴望 ···················3
봄의 幻想 ·················5
鄕愁1 ···················7
鄕愁2 ···················8
鄕愁3 ···················9
日記抄 ··················10
冬眠 ···················12
大地 ···················15
大地2 ··················17
바다 ···················21
狂風 ···················24
季節 ···················27
蒼空 ···················30
가을의 頌歌 ················33

제2시집 ≪만가≫
輓歌Ⅰ ··················37
輓歌Ⅱ ··················39
輓歌Ⅲ ··················43
氷點 ···················47
石門 ···················49
얼어붙은 밤 ················51
붉은 혓바닥 ················54
面鏡 ···················56
별바다의 記憶 ···············57
O·SOLE·MIO ··············60
배암 ···················62
黃昏 ···················64
小市民哲學 ················66
아버지 ··················68
鄕愁 ···················69

제3시집 ≪동물 시집≫
독사 ···················73
나비 ···················74
달팽이 ··················75
잠자리 ··················76
붕어 ···················77
비들기 ··················78
올빼미 ··················79
할미새 ··················80

제4시집 ≪빙화≫
MEMORIE ················83
夜景 ···················85
언덕 ···················86
포풀라 ··················87
自畵像 ··················88
待夜抄 ··················89
별과 새에게 ················90
時計 ···················91
꿈 ····················92
悲哀 ···················93
廢園 ···················94
눈 쌓인 밤 ················95
白夜 ···················96
성애의 꽃 ·················97

제5시집 ≪피리≫
찬 달밤에 ················101
피리 ··················103
立秋 ··················106
가을 ··················108
밤의 노래 ················110
眞理에게 ················112
피 ···················114
지렁이의 노래 ··············117
슬픈 하늘 ················119
길 ···················121
외갓집 ·················123
柘榴 ··················124
옛집 ··················126

제6시집 ≪살어리≫
살어리(長詩) ···············129
봄 ···················137
첫 여름 ·················138
옛 생각 ·················139
수박의 노래 ···············140
붉은 뱀 ·················141
늙은 나무 ················143
해바라기(1) ···············144
해바라기(2) ···············145
허재비 ·················147
저녁노을 ················148
기다리는 봄 ···············149
유월 ··················150
밤바다에서 ···············151
해설 ··················153
지은이에 대해 ··············173
엮은이에 대해 ··············178

책 속으로
●악을 쓰며 달려드는 찬바람과 눈보라에 넋을 잃고
고닲은 새우잠을 자든 大地가
아마도 고두름 떨어지는 소리에 선잠을 깨엇나 보다!
얼마나 우리는 苦待하엿든가?
병들어 누어 일어날 줄 모르고 새우잠만 자는 사랑스런 大地가
하로밧비 잠을 깨어 부수수! 털고 일어나는 그날을!

●살었다—죽지 않고 살어 있다!

구질한 世渦 속에 휩쓸려
억지로라도 삶을 누려 보려고,

아침이면—
定한 時間에
집을 나가고,
사람들과 섞여 일을 잡는다,

저녁이면—
찬바람 부는 山비탈을
노루처럼 넘어온다,
집에 오면 밥을 먹고,
쓸어지면 코를 곤다.

사는 것을
어렵다 믿었든 마음이
어느덧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으로 변했을 때

나의 일은 나의 일이요,
남의 일은 남의 일이요,
단지 그것밖에 없다고 믿는 마음으로 변했을 때,

사는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
다시 강아지처럼 꼬리 치며 덤벼든다.

●비바람 험살굳게 거처 간 추녀 밑—
날개 찢어진 늙은 노랑나비가
맨드래미 대가리를 물고 가슴을 앓는다.

찢긴 나래에 맧이 풀려
그리운 꽃밭을 찾어갈 수 없는 슬픔에
물고 있는 맨드래미조차 소태맛이다.

자랑스러울손 화려한 춤 재주도
한 옛날의 꿈 쪼각처럼 흐리어,
늙은 <舞女>처럼 나비는 한숨진다.

●살어리 살어리 살어리랏다
그예 나의 고향에 돌아가
내 고향 흙에 묻히리랏다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던 시절하!
바랄 것 없는 어두운 마음의 뒤안길에서
매캐하게 풍기는 매화꽃 향내
아으, 내 몸에 매진 시름 엇디호리라

언마나 아득하뇨 나의 고향
몇 메 몇 가람 넘고 건너
구름 비, 안개 바람, 풀끝의 이슬 되어
방울방울 흙 속에 숨이고녀

눈에 암암 어리는 고향 하늘
궂은 비 개인 맑은 하늘 우헤
나무 나무 푸른 옷 갈아입고
종다리 노래 들으며 흐드러져 살고녀 살고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