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북스 아티클
코끼리
ISBN : 9788966805105
지은이 : 스와보미르 므로제크
옮긴이 : 정정원
쪽수 : 243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2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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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국내에는 <탱고>나 <스트립쇼>와 같은 희곡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폴란드 작가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의 단편소설집이다. 짤막한 이야기에는 작가의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가 담겨 있다. 특히 제목이 되고 있는 <코끼리>에서는 거대한 회색 고무 코끼리가 등장해 세상의 ‘부조리’를 폭로한다. 그 밖에도 술에 취해 호수 공원에서 쫓겨나는 백조, 날마다 자라는 난쟁이 배우, 우연히 학회에 참석했다가 연설가가 되어 버린 농부 등 온갖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등장해 부조리한 세상을 풍자하고 조롱한다. 무겁고 진지한 현실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면서, 설교하지 않고 충고하지도 않고 작가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독자들을 웃겨 버린다.

회색 고무 코끼리
동물원에 코끼리를 들여놓기로 한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찮다. 코끼리 대신 토끼 3000마리를 갖다 놓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건국기념일을 맞아 코끼리를 매입할 수 있는 비용이 지원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끼리 매입을 학수고대하던 직원들은 뛸 듯이 기쁘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시. 동물원장이 정부에 청원서를 보냈다. 자구적인 노력으로 코끼리를 들여놓겠다고. 한낱 코끼리 때문에 노동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할 순 없다고. 동물원장이 말하는 자구적인 노력이 정부 관리에게 흔쾌히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동물원엔 ‘회색 고무 코끼리’가 놓이게 된다.

날마다 자라는 난쟁이 배우
‘공인 꼬맹이들’의 대표 배우에게 어느 날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최고의 연기로 관중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모든 주연을 도맡아 하는 ‘공인 꼬맹이들’의 간판스타는 자신이 날마다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절망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동료 배우들을 숨기고 언제까지 주연배우로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자라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해 봤다. 신발 밑굽도 떼어 봤지만 허사였다. 그는 결국 극단 ‘공인 꼬맹이들’에서 나온다. 그러고도 그는 계속해서 자랐다. 이제 그는 관람석에서 연극을 본다. “조그만 것들이 제법이란 말이야!”

호수 공원에서 쫓겨난 백조
호수 공원에 도둑이 들었다. 그가 훔쳐간 것은 공원의 명물, 백조였다. 지방산림청은 감시인을 고용해 밤낮으로 백조를 지키기로 했다. 날씨가 추워지자 감시인은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나 백조를 방치한 채 자리를 비운다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술 생각을 떨쳐 버리기로 한다. 밤이 깊어지자 밀려드는 고독과 추위에 괴로워하던 감시인은 결국 백조를 데리고 술집으로 향한다. 백조에게도 간단한 먹을거리를 주문해 줬다. 백조는 자기 앞에 놓인 음식을 다 먹고도 감시인을 빤히 쳐다본다. 감시인은 백조에게 술을 한 잔 건넨다. 백조는 기다렸다는 듯 냉큼 받아 마신다. 그리고 며칠, 감시인과 백조는 방문객이 뜸한 저녁 시간에 함께 술집으로 향한다. 백조는 이제 한껏 취해 이상한 노래를 불러 대며 춤추기 시작한다.

200자평
희곡 <스트립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바 있는 폴란드의 대표 작가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의 단편소설집 ≪코끼리≫를 국내에서 처음 번역, 소개한다. 창살에 갇힌 애완용 진보주의자, 봄바람에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간 회사원, 키가 커져 공연을 못하게 된 난쟁이 배우, 공산주의자를 교화하다 공산주의작 되어버린 신부, 술에 취해 직무를 유기한 백조, 서랍 속의 작은 인간 그리고 육중한 회색 고무 코끼리... 짧은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부조리한 세상을 풍자하고 조롱한다. 작가의 넘치는 유머와 재치를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소개
스와보미르 므로제크는 폴란드의 극작가 겸 단편소설가 겸 카툰 작가로 1930년 크라쿠프 근처 보젱치나에서 출생했다. 희곡과 단편소설을 발표하기 전 그는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풍자적인 칼럼을 썼으며, 이러한 이력은 부조리한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무덤덤하게 기술해 반전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문체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기이한 폴란드 가족의 모습을 그린 부조리극 <탱고(Tango)>(1964)와 파리에 거주하는 두 폴란드 이민자의 아이러니한 초상을 그린 <이민자들(Emigranci)>(1974)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1969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시 저항 활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969년부터 1971년까지 그의 작품은 폴란드에서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및 여러 유럽 국가에 머물렀으며, 1987년 멕시코인 수사나 오코리오 로사스 (Susana Ocorio Rosas)와 결혼해, 1990년 멕시코에 정착했다. 1996년 폴란드 크라쿠프로 돌아와 ≪발타자르(Baltazar)≫(2006)라는 자서전을 비롯해, 발칸반도에서 휴가를 망치게 된 두 유럽 여행자를 다룬 <아름다운 풍경(Piekni widok)>(1998) 등의 희곡 작품과 단편 소설, 만평집을 출간하며, 칼럼니스트와 카툰 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코시치엘스키재단 문학상, 위무르누아르상, 오스트리아국가상 유럽 문학 부문, 카프카상, 부다페스트그랑프리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프랑스에서 레지옹도뇌르 훈장(Chevalier de la Légion d'honneur)을 받기도 했다.

옮긴이 소개
정정원은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이론응용언어학과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현재 연세대학교, 충북대학교, 경상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다. 러시아어 의미론, 화용론, 문화언어학, 슬라브어 비교언어학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며,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전공 분야는 러시아 언어학이지만, 슬라브어 비교 연구 및 슬라브 문학 작품에도 관심이 많다.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 제2슬라브어로 폴란드어, 제3슬라브어로 체코어, 제4슬라브어로 불가리아어를 2∼3학기씩 수강했으며, 바르샤바에서 폴란드어 인텐시브 코스를 수료한 바 있다. 역서로는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의 ≪코끼리≫(지식을만드는지식)가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어둠으로부터
명명일
말이 되고 싶어요
익명의 노동자
아이들
심판
백조
작은 사람
사자
기적적인 구원에 관한 우화
모놀로그
기린
가톨릭 사제와 소방관 오케스트라
유감
* * *
어느 병사의 동상
시대의 뒤안길
서랍 속 세상
사실
지그무시에 대한 고백
고수병(鼓手兵) 사건
‘고독’ 협동조합
페르귄트
양로원에서 온 편지
황금률(黃金律)
마지막 경기병(輕騎兵)
망아지

시민의 길
삼촌의 잡담 중에서
목사
현대의 삶
사건
여행 중에 생긴 일
예술
사랑에 빠진 산지기
폴란드의 봄
시에스타(Siesta)
5연대의 참전 용사
회의주의자
코끼리
포위된 도시의 연대기

책 속으로
1.
코끼리는 잠시 동안 땅 바로 위에서 빙빙 돌다가, 바람을 받아 위로 움직여, 하늘색을 배경으로 그 육중한 몸뚱이를 모두 드러내었다. 코끼리는 계속해서 올라갔고, 아래에서 보기에 따로 떨어진 동그란 네 발바닥과 부푼 배, 그리고 코끝만 남은 것 같아 보였다.
-<코끼리> 중에서

2.
“도둑놈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 지역의회 의장의 창문 앞에다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거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잘 알고 있소. 왜 댁의 아이들이 다른 창문, 예를 들어 아데나워의 창문 앞에 눈사람을 만들지 않았겠소? 왜? 하하, 아무 말 못하는군. 침묵은 긍정이나 마찬가지. 그것이 어떤 논리적 결론을 이끌어 내는지 명백하지 않소?”
-<아이들> 중에서

3.
“얘들아, 안녕!” 그가 인사를 했다. “참배하려고? 아주 착하구나. 아마 연례행사인가 보지? 그런 숙제가 많지. 정확한 명칭은 기억을 못하겠다만….”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온 거예요.” 한 사내아이가 대답했다.
“‘그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는 코를 위로 살짝 당겨 콧구멍에 바람을 집어넣었다. “응? ‘그냥’이라니?”
“인류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목숨을 바친 혁명가들의 정신을 본받고 싶어서요.”
“아, 그러니까 너희들은 동사무소에서 보낸 거구나.”
“아니요. 저희는 학교에서 왔어요.”
“그럼, 동사무소에서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냐?”
“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학교에서 가라고 했나 보구나?”
-<어느 병사의 동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