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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선 초판본
ISBN : 9788966802630
지은이 : 김춘수
옮긴이 :
쪽수 : 260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2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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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김춘수는 우리 시사에서 이상만큼이나 개성이 강한 시인이다. 그의 언어에 대한 탐구는 그것이 드러내는 의미와 무의미에 대한 시적 성찰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시는 무의미 시를 향한 방법론적인 긴 도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초기 시, 주로 ≪구름과 장미≫에 실려 있는 시들은 무의미보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시집에서 그가 추구한 시적 방법은 관념과 유추다. “구름과 장미”에서 구름은 누구나 흔히 보고 또 들을 수 있는 체험의 영역을 표상하지만 장미는 당시(1950년대) 실제 체험의 영역에서는 보지도 또 듣지도 못한 선험의 영역을 표상한다. 이것은 장미가 관념의 세계를 유추하는 질료라는 것을 말해 준다. 장미처럼 관념의 세계를 표상하는 질료를 <꽃을 위한 서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시인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 시의 마지막 행에 등장하는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는 체험의 세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여기에서의 신부는 장미처럼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시적 대상인 것이다. 장미와 신부의 이러한 관념성은 그로 하여금 이 질료들이 말의 피안에 있다는 생각까지 가능하게 해서 일정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른다. 관념의 공포감은 다시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서술적 이미지(descriptive image)’다. 서술적 이미지는 관념의 수단이 되는 이미지를 초월한 것을 말한다. 관념을 배제하기 위한 그의 방법적인 시도는 일정한 한계를 노정하지만 이것을 통해 그는 자유연상이라는 개념과 만난다.
<인동 잎>은 관념의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인의 시도를 보여 준다. 이것은 사생(寫生)의 한계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다시 말하면 그 대상을 확대하고 초극하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시인은 어떤 대상을 자신의 자유로운 연상에 의해 선택하고 배열하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방법이 구현되고 있는 시로 <처용단장> 1부를 들 수 있다.
시인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세계 대상에 대한 형상이 아닌 행위 주체(시 쓰기의 주체)의 에너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순서에 따른 계기성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한 탈시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탈시간성의 세계에서는 순간순간이 영원의 세계를 재현한다. 순간의 영원화는 기본적으로 덧없음 곧 허무를 동반한다. 그래서 시인에게 허무는 ‘영원이라는 것의 빛깔’이 된다. 순간이 영원이 되는 세계는 의미를 통해서는 해명할 수 없다. 의미가 아니라 그 의미를 부수고 해체할 때 그 세계는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의미가 해체되면 남는 것은 허무의 빛깔로 가득한 무의미의 세계다. 시에서 의미가 사라지고 허무한(무의미한) 행위만 반복된다면 그것은 하나의 언어의 율동일 수밖에 없다. 시인의 <처용단장> 2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시에서 보여 주는 세계는 단순한 언어유희와는 다르다. 이 시 속의 말들은 그 자체로 실존적인 긴장을 유발한다. 이 시 속의 말이 실존적인 상황에 놓일 때 관념, 의미, 현실, 역사, 감상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인은 “말에 절대 자유를 주고 보니, 이번에는 말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말을 통해 드러나는 존재에 대한 절대 자유를 희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존재란 어떤 관념이나 개념화된 의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탈은폐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도구적 연관성도 없이 그 스스로 은폐된 세계를 탈은폐하는 것이 바로 시인이 겨냥하는 말 혹은 언어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200자평
김춘수의 대표작 93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언어와 실존 혹은 언어와 존재의 문제를 방법적인 회의와 실천을 통해 깊이 있게 탐구했고 이로써 우리 시의 모더니즘을 일정한 미학적인 수준까지 올려놓았다. ‘무의미 시’라는 낯선 개념을 소개한 김춘수의 독특한 미학을 느껴 볼 기회다.

지은이 소개
김춘수는 1922년 11월 22일 경남 통영읍 서정 61번지에서 아버지 김영팔(金永八)과 어머니 허명하(許命夏)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본관은 광산(光山)이다. 8세(1929년)에 통영 근처 안정의 간이보통학교에 진학했다가 통영공립보통학교로 전학한다. 14세(1935년)에 5년제 경성공립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 4년을 다닌 뒤 자퇴하고 일본 동경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이듬해(1940년) 4월에 동경의 일본대학 예술학원 창작과에 입학한다. 하지만 1942년 12월 일본 천황과 총독 정치에 대한 비방과 사상 혐의로 요코하마 헌병대에서 1개월, 세다가야 경찰서에서 6개월간 유치되었다가 서울로 송치되는 바람에 퇴학 처분되고 만다.
1944년 23세 되던 해에 부인 명숙경(明淑瓊)과 결혼한다. 1945년에는 통영에서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정윤주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해 연극, 음악, 문학, 미술, 무용 등의 예술운동을 전개했고, 극단을 결정해 경남 지방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의 본격적인 시 창작과 발표는 통영중학교와 마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이루어졌다. 1946년 9월 ≪해방 1주년 기념 사회집≫에 시 <애가(哀歌)>를 발표하고, 조향, 김수돈과 함께 동인 사화집 ≪노만파(魯漫派≫를 발간한다. 그리고 이어서 첫 시집 ≪구름과 장미≫(1948년 8월)를 행문사에서, 제2시집 ≪늪≫(1950년 3월)과 제3시집 ≪기(旗)≫(1951년 7월)와 제4시집 ≪인인(燐人)≫(1953년 4월)을 문예사에서 연이어 출간한다.
1950년대에 더욱 활발해진 그의 창작과 문단 활동은 1952년 대구에서 설창수, 구상, 이정호, 김윤성 등과 시 비평지 ≪시와 시론≫를 창간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그는 시 <꽃>과 첫 산문 <시 스타일론>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 비평지는 창간호로 종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는 1956년 5월 유치환, 김현승, 송욱, 고석규 등과 발간한 시 동인지 ≪시 연구≫에서도 반복되는데, 창간호가 종간호가 된 이유는 고석규의 타계 때문이다. 시 잡지와는 달리 그는 이 시기에 시선집 ≪제1시집≫(1954년 3월 문예사)과 첫 시론집 ≪한국 현대 시 형태론≫(1958년 10월 해동출판사)을 출간했을 뿐만 아니라 제5시집 ≪꽃의 소묘≫(1959년 6월, 백자사), 제6시집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1959년 11월, 춘조사)을 각각 출간한다. 그리고 1958년 12월에는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을, 1959년 12월에는 제7회 자유아세아문학상을 수상한다.
1960∼1970년대에 그는 시 창작뿐만 아니라 시론에서도 남다른 성과를 보여 준다. 여기에는 문교부 교수 자격 심사 규정에 의거해 국어국문학과 교수 자격을 인정받으면서 대학에 자리 잡은 것이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 마산 해인대학(경남대학 전신), 1961년부터 1978년까지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을 하면서 여러 권의 시론집을 낸다. 1961년 6월에 낸 ≪시론≫(문호당)과 1972년에 낸 시론집 ≪시론≫(송원문화사)을 비롯해 1976년 8월에 낸 그의 시적 사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의미와 무의미≫(문학과지성사), 그리고 1979년 4월에 낸 ≪시의 표정≫(문학과지성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론집의 왕성한 출간과 함께 이 시기에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시선집의 출간이다. ≪처용≫(1974년 9월, 민음사), ≪김춘수 시선≫(1976년 11월, 정음사), ≪꽃의 소묘≫(1977년 4월, 삼중당) 등이 이 시기에 출간된 시선집들이다. 시론집과 시선집의 왕성한 출간과는 달리 이 시기에 그는 ≪타령조(打令調)·기타(其他)≫(1969년 11월, 문화출판사)와 ≪남천(南天)≫(1977년 10월, 근역서재) 등 두 권의 시집만을 출간한다.
이러한 시론과 시집, 시선집(시 전집)의 출간은 그대로 1980년대로 이어진다. 1980년 11월에 제9시집 ≪비에 젖은 달≫(근역서재)을 출간하고, 1982년 4월과 8월에는 시선집 ≪처용이후≫(민음사)와 화갑 기념으로 시 전집 ≪김춘수 전집≫(문장사)을 출간한다. 그리고 1986년 7월에 ≪김춘수 시 전집≫(서문당), 1988년 4월에 해외 기행 시가 주축을 이룬 제10시집 ≪라틴 점묘(點描)·기타(其他)≫(탑출판사), 1989년 10월에 ≪시론≫을 증보한 시론집 ≪시의 이해와 작법≫(고려원)을 출간한다. 1980년대는 그가 안팎으로 다양한 사회 활동을 경험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1981년 4월에 그가 국회위원에 피선된 일이다. 그는 국회 문공위원으로 4년간 활동하게 된다. 같은 해 8월 예술원 회원이 되고, 1982년 2월에는 경북대학교에서 명예 문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1986년에는 한국시인협회 회장과 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뒤 1988년까지 재임한다.
1991년 10월에 한국방송공사 이사로 취임해 1993년까지 재임하기는 했지만 1990년 이후 외도에서 돌아와 2004년 11월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산다. 1990년 1월에 시선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신원문화사), 1991년 3월에 시론집 ≪시의 위상≫(둥지), 같은 해 10월에 장편 연작시집 ≪처용단장(處容斷章≫(미학사)을 출간한다. 고희를 넘기고도 그의 시 쓰기는 계속된다. 1992년 3월에 시선집 ≪돌의 볼에 볼을 대고≫(탑출판사), 1993년 4월에 제11시집 ≪서서 잠자는 숲≫(민음사), 1994년 11월에 ≪김춘수 시 전집≫(민음사), 1996년 2월에 제12시집 ≪호(壺)≫(한밭미디어), 1997년 1월에 ≪들림, 도스토예프스키≫(민음사)와 장편소설 ≪꽃과 여우≫(민음사)를 연이어 출간한다. 그의 시에 대한 열정과 진지성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이른다. 1992년 10월에 은관문화훈장을 받고, 1997년 11월과 1998년 9월에는 각각 제5회 대산문학상과 제12회 인촌상을 수상한다. 1999년 2월에 제14시집 ≪의자와 계단≫(문학세계사)을 2001년 4월에 제15시집 ≪거울 속의 천사≫(민음사)를 출간하고, 2002년 2월과 4월에는 각각 비평을 겸한 사회집인 ≪김춘수 사색 사회집≫(현대문학)과 제16시집인 ≪쉰한 편의 비가≫(현대문학)를 출간한다.
1999년 4월 5일 부인 명숙경 여사가 별세하자 2001년 10월 서울 명일동에서 분당으로 이사한다. 그 후 2003년 8월 4일부터 기도 폐색으로 쓰러져 호흡곤란 증상과 뇌 손상으로 투병 생활을 하게 된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2004년 1∼2월에 ≪김춘수 시 전집≫(현대문학)과 ≪김춘수 시론 전집≫(현대문학)을 출간했고, 11월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그해 11월 29일 오전 9시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향년 83세로 타계한다.

차례
≪김춘수 전집 1≫
나비

≪구름과 薔薇≫
서시
구름과 薔薇
少年
歸蜀道 노래
窓에 기대어
革命
西風賦
神話의 季節
바람결

≪늪≫
가을 저녁의 詩·1
가을 저녁의 詩·2

山을 등진 거리
山嶽


≪旗≫


≪隣人≫
最後의 탄생

≪제1시집≫
봄 B

≪꽃의 素描≫
雨季
부다페스트에서의 少女의 죽음
꽃밭에 든 거북
구름


噴水
꽃의 素描
꽃을 위한 序詩
릴케의 章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壁이
裸木과 詩 序章

≪打令調·其他≫
打令調·1
打令調·2
打令調·8
나의 하나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가을
埠頭에서
處容
봄 바다
忍冬 잎
幼年 詩·1
幼年 詩·3
라일락 꽃잎
詩法

≪處容≫
눈물

≪김춘수 시선≫
忠武詩

≪꽃의 素描≫
打令調·12


≪南天≫
리듬·1
假面
西녘 하늘
南天
李仲燮

≪비에 젖은 달≫
저녁 별

≪라틴 點描·其他≫
드골 空港에서 오를리 空港까지

싸락눈

서울의 어디엔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바다의 늪

≪處容斷章≫
제1부 눈, 바다, 山茶花
제2부 들리는 소리

≪돌의 볼에 볼을 대고≫
센티멘틀 자니

≪서서 잠자는 숲≫
낮잠

大餘
얼굴
門前雀羅
順命
雍齒

≪김춘수 시 전집≫
遠景


≪壺≫
칸나
自由
알리바이

≪들림, 도스토예프스키≫
이반에게
어둠에게 들려준 이야기
혁명

≪의자와 계단≫

계단

≪거울 속의 천사≫
슬픔이 하나
명일동 천사의 시
우나무노
오늘의 풍경
말의 날갯짓

≪쉰한 편의 悲歌≫
제1번 悲歌
제3번 悲歌
제15번 悲歌
제35번 悲歌
제41번 悲歌
悲歌를 위한 말놀이·6
悲歌를 위한 말놀이·8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 속으로
1.

저마다 사람은 임을 가졌으나
임은
구름과 薔薇 되어 오는 것

눈 뜨면
물 위에 구름을 담아 보곤
밤엔 뜰 薔薇와
마주 앉아 울었노니

참으로 뉘가 보았으랴?
하염없는 날일쑤록
하늘만 하였지만
임은
구름과 薔薇 되어 오는 것

…마음으로 간직하며 살아왔노라

-<구름과 薔薇>

2.

저만치 겨우
내 알리바이가 보인다
몸피가 水米만 하다고
나는 어디선가 말한 일이 있다.
뒤본 뒤 손을 씻는데
바다가 왜 필요할까,
어느 날 그러나
내 알리바이는 바다로 가더니
제 혼자 호젓이 섬이 된다.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