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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선 초판본
ISBN : 9788966804801
지은이 : 천상병
옮긴이 :
쪽수 : 150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2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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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가난의 진실
가난은 천상병 시의 원형질이자 삶의 실체였다. 천상병 시의 내면을 초기부터 말기까지 관통하는 가난이라는 이 물리적 세계는 그에게 가난의 물적 조건을 넘어 존재의 운명론적 지점과 삶의 본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가난에 의한 절망과 좌절감은 그에게 한탄이나 진부한 타령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난과의 화해를 통해 삶의 진실과 인간적 본성에 다가간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영영/ 가지”(<소릉조(小陵調)>) 못할 것이라는 페이소스는 바로 가난에 대한 역설과 삶의 진실이 결합되어 생성된 것이다. 가난을 통해 삶의 진실을 만나는 이 시적 과정은 시인에게 물질적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을 드러낸다.

새와 하늘의 언어, 자유
가난과 함께 천상병 시의 또 다른 중심은 새와 하늘이다. 새와 하늘로 표상되는 자유 이미지는 천상병 시의 핵심이자 지향이다. 천상병의 여러 시편에 등장하는 새와 그 이미지는 시인의 내면 풍경을 보여 주는 일종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새>에서 시인은 외로운 인생사를 시인의 내면에 살고 있는 새 한 마리를 통해 보여 준다. 시인 자신인 새는 “영혼의 빈터”에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랑하는 일들을 바라보며 외로움과 사랑과 아름다움을 표상하면서 동시에 시인의 내면에 담긴 영혼의 새, 세상을 향해 날아가고픈 존재로 등장한다. <새>에서 천상병의 새는 외로운 인생 속에서 아름답게 사랑스러운 세계를 지향하는 시인의 내면을 보여 주는 시적 표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날개>는 시인에게 너무나 절실한 부품이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시인의 소망은 구체적으로 날개라는 상승 지향성, 자유 지향성을 시적 표상으로 요구한다. 진정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새의 날개가 필요한 것이다.

착한 아이의 시학
아이 같은 언어와 심상으로 시를 쓸 수 있을까. 천상병의 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착한 아이가 친구와 함께 놀고 있는 것 같다. 시에 등장하는 익살과 장난스러운 표현들은 모두 아이들의 눈높이와 감성에서만 가능한 것들이다. 동심의 눈동자로 세상과 만나는 착한 눈빛이 그의 시 속에는 가득하다. <요놈 요놈 요놈아!>, <난 어린애가 좋다> 등의 시편에서 천상병은 아이들과 함께 농담이나 익살, 장난으로 가득한 동심의 세계를 살고 있다. 어린 아이가 자기더러 “요놈 요놈”이라고 말해도 “난 어린애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시적 자아와 세계가 이미 동일시되었다는 말이다. 결국 아이들과의 소통은 약한 것, 외로운 것, 불쌍한 것을 아끼는 천상병 시인의 순진무구 그 자체를 설명한다. 우리는 이러한 시 세계를 ‘착한 아이의 시학’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200자평
상업주의나 물질만능과 불화하며 가난 속에서 행복을 말하며 아이 같은 동심 속에서 한 시대를 살다 간 심온(深溫) 천상병, 어느 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하며 떠난 영원한 자유인 천상병은 그래서 ‘천상 시인’이었다. 천상병의 시 68수를 가려 실었다.

지은이 소개
천상병(千祥炳, 1930∼1993)은 1930년 일본 히메지(姬路) 시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귀향해 초등학교 2학년까지 부모님의 고향인 창원에서 살았다.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지바현(千葉縣) 다테야마시(館山市)에서 살았다. 해방되던 해 귀국해 마산에 정착했다. 마산중학교 5학년 때 담임교사인 김춘수의 주선으로 시 <강물>을 ≪문예≫지에 발표했다. 전쟁 중 미군 통역관으로 6개월간 근무하다, 부산에서 서울대 상과대학에 입학했다. 이때 진주 개천예술제 장원이었던 송영택, 김재섭 등과 함께 동인지 ≪처녀지≫를 발간했다. 한편, ≪문예≫지에 평론 <나는 거부하고 저항할 것이다>를 전재함으로써 시와 평론 활동을 함께 시작했다.
1952년에는 시 <갈매기>가 ≪문예≫지에 게재되어 추천이 완료되었다. 1954년 서울대 상과대학을 수료하고 ≪현대문학≫지에 월평을 집필하는 등 시와 평론 활동을 계속했다. 또한 이 시기에 다수의 외국 서적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 시절 천상병은 많은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한번은 환도 후 폐허가 된 명동 거리에서 술을 얼근하게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다 파출소행을 했는데, 취조를 하는 파출소 소장 책상다리에 방뇨를 하고도 방면되기도 했다. 당시 진주의 이형기, 삼천포의 박재삼, 부산의 최계락과 더불어 마산의 천상병이 시단에서 4인의 젊은 기수로 꼽히는가 하면, 김관식, 이현우, 박봉우와 아울러 문단의 기인 4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1964년 김현옥 부산시장의 공보비서로 약 2년간 재직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어 약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언젠가 TV에서, 착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그에게 어떻게 간첩사건에 연루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반복적으로 더듬거리는 말투로, 동백림에서 북한을 다녀온 친구(강빈구)가 자기에게 북한을 갔다 왔다는 얘기를 했는데도 그걸 당국에 고발하지 않은 죄였다고 밝혔다. 친구를 고발하지 않은 죄가 투옥과 고문으로 이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1971년 고문의 후유증과 지나친 음주와 영양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그는 행려병자로 취급되어 서울 시립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같은 해 유고시집이란 이름으로 시집 ≪새≫가 발간되었는데, 이는 그가 죽은 줄 알았던 문우들이 내 준 것이었다. 이 시집은 이후 살아 있는 시인의 유고시집으로 유명해졌다.
1972년 친구 목순복의 누이동생인 목순옥과 결혼했다. 1984년 시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를 간행하고 1985년 문학선집 ≪구름 손짓하며는≫을 간행했다. 1987년에는 시집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을 간행했다. 1988년 간경화증으로 춘천의료원에 입원, 의사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선고를 받고도 다시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1990년 다시 시집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를 간행, 1993년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를 간행했다. 동화집 간행 얼마 뒤인 1993년 4월 28일 별세했다. 무덤은 의정부 송산에 있다.

차례
편지
銀河水에서 온 사나이
나의 가난은
金冠植의 入棺
微笑
한낮의 별빛
歸天
主日(貳)
鎭魂歌
哭 申東曄
酒幕에서

德壽宮의 午後
푸른 것만이 아니다
피리
행복
장모님
들국화
아침
아이들
촌놈
네 살짜리 은혜
고향
날개
광화문 근처의 행복

막걸리
金宗三 씨 가시다
동네
먼 산
새 세 마리
내 집
水落山 下邊·5
서울, 平壤 直通電話·8

仙境
시냇물 가·2
人生 序歌·3

同窓
仙境
藥水터
기쁨
촌길
무덤
유관순 누님
요놈 요놈 요놈아!
젊음을 다오!
곡차
맥주
麥酒 두 병 주의
책을 읽자
신부에게
전국의 농민들이시여!
新世界의 아가씨 사원들에게
고향 이야기
最低財産制를 권합니다.
金兄
아내
세계에서 제일 작은 카페
哭 鄭龍海
고목
내가 좋아하는 여자
우리 집 전화
너무나도 점잖으신 의사님께서
책 미치광이
나는 幸福합니다
어머니 變奏曲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 속으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귀천(歸天)> 시 전문.


집을 나서니
여섯 살짜리 꼬마가 놀고 있다.

‘요놈 요놈 요놈아’라고 했더니
대답이
‘아무것도 안 사 주면서 뭘’ 한다.
그래서 내가
‘자 가자
사탕 사 줄께’라고 해서
가게로 가서

사탕을 한 봉지
사 줬더니 좋아한다.

내 미래의 주인을
나는 이렇게 좋아한다.

-<요놈 요놈 요놈아!> 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