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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홍 동화선집
ISBN : 9788966807192
지은이 : 김문홍
옮긴이 :
쪽수 : 198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3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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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동화작가이자 희곡작가 그리고 연극 평론가로, 문학과 공연 현장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 온 김문홍은 한국 문학사와 연극사에서 특별한 존재다. 등단 후 작가는 문학과 연극 활동, 교직과 학업을 병행하는데, 다소 이질적인 것 같은 이들 활동은 문학과 예술을 통해 자기 구원에 이르려는 작가의 열망을 반증한다.
1976년에 등단한 후 1980년대 중반까지 그는 ≪머나먼 나라≫로 제1회 계몽사 아동문학상을 받는 등 아동문학가로 자리를 잡는다. 이 책에 수록된 <움직이는 산>과 <부처님 곁으로 간 소년>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며, 그의 동화 창작은 이 시기에 집중되었다.
박사 과정 공부와 연극에 심취해 20세기 말을 보낸 작가는 ≪머나먼 나라≫의 계보를 잇는 공상과학 소설 ≪미래 특공대≫에 탑승해 다시 동화로 귀환하는데, 이 책에 수록된 단편 8편이 새로운 동화 쓰기를 위한 그의 시도를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다.

그의 많은 작품에는 시와 시인이 등장하고, 이는 플롯을 엮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김문홍의 동화에서 시는 심미적 효용을 넘어 삶의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 문학예술 속에서 삶의 길을 모색하려던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저, 여기 있어요!>에서 ‘점박이 너구리’는 자작시를 낭송함으로써 숲 속 음악회의 주인공이 된다. <제발 제 이름 좀 불러 주세요, 네?>에서는 시를 읊는 젊은 연인이 주제를 암시하고, <지상의 방 한 칸>에서는 ‘누나’가 시를 낭송하며 한겨울에 세 평짜리 단칸방을 데우고 있다.
또한 김문홍 동화 속에서 고난은 상당히 낭만적으로 표현된다. 그것은 ‘눈’으로 대표되는데 눈이 갖는 일반적 상징과 마찬가지로 시대 상황이나 인물이 처한 역경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고난 자체를 극복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시오 리 눈길을 걸어>에서 ‘소년’은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아버지와 함께 눈길을 밟아 집을 찾는다. ‘눈’은 생전 처음 보는 부자간 거리 혹은 냉혹한 현실을 상징하면서, 부자간 정을 돋우는 작용도 한다. 이것과 더불어 ‘눈 연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은 <아버지와 눈길>, <눈 오는 밤>이다. <아버지와 눈길>의 아버지는 5·18 광주 혁명에서 계엄군에게 몰매를 맞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어머니의 임종을 보기 위해 눈길을 거쳐 집을 찾아간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다가 문득 제정신을 차림으로써 비로소 세상과 화해하게 된다. <눈 오는 밤>에서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세상을 향한 분노까지도 잠재운다. <지상의 방 한 칸>, <부처님 곁으로 간 소년>에서도 김문홍의 ‘눈’은 작품의 배경으로 분위기를 온화하게 할 뿐 아니라, 극적 갈등까지 이완시키는 다분히 낭만적 모티프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의 동화에는 갈등이 없거나 최소화되어 나타난다. 인물은 개성 없이 유형화되며, 구체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동화적 상상력을 즐겨 씀으로써 어린 독자들의 감성에 호소한다. <움직이는 산>에서 갈등의 축은 남북 분단의 상황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이 남과 북의 ‘아기’다. 그리고 나무와 바람이 배경을 조성하며 남과 북을 상징한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남과 북의 오랜 대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김문홍은 아기들의 꿈속에서 찾음으로써, 그 절실함을 드러내는 수법을 쓴다.
그리고 인물의 내적 갈등에 의지한다. 이 특성이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 경우가 ≪이틀≫ 연작과 <부처님 곁으로 간 소년>이다. <부처님 곁으로 간 소년>은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삶의 무상함을 은유하고 있는 수작으로, 작가의 창작열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쓰인 글이다. 만공 스님의 곁에서 열반의 경지에 들어간 아이는 모든 갈등을 이겨 낸 인고의 화신이다. 사계로 압축된 인간 삶 속의 다양한 유혹과 번뇌는 소년의 일탈을 부추긴다. 그럴 때마다 소년의 귓가에 들리는 만공 스님의 목소리는 자아 성취를 추구하는 내면의 울림이었다. ≪이틀≫ 연작은 광복 전날과 당일에 일어난 한 소년의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좋아하는 키리코와 헤어져야 하는 소년에게 광복은 아이러니로 각인된다. 동화의 갈등은 시대적 배경에서 기인할 뿐이고 그것은 해방의 기쁨과 대비되어 소년의 마음속에 커다란 슬픔을 안긴다.
또 여러 사건을 축적한 인물 형상화 기법을 사용한다. 자전적 동화인 <우리 좋으신 선생님>의 경우, 작가는 ‘조우신’ 선생님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서 작중인물에 대한 인상을 강화해 나간다. 사람의 양면성을 믿을 수 없었던, 어린이들에게만은 그런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싶지 않았던 그의 인간관이 작품 속에 잘 드러난다.
김문홍식 무갈등 동화를 압축한 작품으로 <저, 여기 있어요!>를 들 수 있다. 숲 속 음악회에 참석하고 싶은 너구리는 나비넥타이가 없어 실의에 빠지는데,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은 착한 마음씨를 가진 노랑나비다. 나비넥타이를 대신한 나비의 발상, 시인의 시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자평
김문홍은 1976년 ≪소년중앙≫ 문학상에서 동화 <바닷가의 소년>이 당선되면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의 동화에서 시는 심미적 효용을 넘어 삶의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 이 책에는 시를 통해 삶의 길을 모색하는 <지상의 방 한 칸>을 포함한 9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소개
김문홍은 1945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났다.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했다. 1976년 월간 ≪한국문학≫의 제1회 신인상에서 중편소설 <갯바람, 쓰러지다>가, ≪소년중앙≫ 문학상에서 동화 <바닷가의 소년>이, ≪월간문학≫ 신인상에서 동시 <대밭골 경사>가 당선되었다. 1982년 제1회 계몽아동문학상에 장편동화 ≪머나먼 나라≫가 당선했다. ≪하늘을 나는 열차≫, ≪부처님 곁으로 간 소년≫, ≪누나와 흰나비≫, ≪쌍동이 형제≫, ≪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 등을 펴냈다. 1980년 ≪우리들의 친구 또또≫로 제3회 한국동화문학상을, 2011년 ≪저, 여기 있어요!≫로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차례
작가의 말

움직이는 산
부처님 곁으로 간 소년
우리 좋으신 선생님
시오 리 눈길을 걸어
지상의 방 한 칸
이틀
이틀 2
저, 여기 있어요!
제발 제 이름 좀 불러 주세요, 네?

해설
김문홍은
김영균은

책 속으로
1.
철이네 아기는 산을 밀어내고 있는 아기에게 말을 건넵니다.
“얘, 너 거기서 뭐 하고 있니?”
남이네 아기는 산을 밀다 말고, 처음 만나는 아기를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봅니다.
“남쪽으로 산을 옮기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넌 누구니? 이 북쪽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니?”
“아냐. 난, 남쪽 수다쟁이 산에서 올라왔단다.”
“뭐하러 이곳엘 왔니?”
“벙어리 산을 남쪽으로 끌어가려고 이곳까지 왔단다.”
“그래서 뭐하려고?”
“이곳 북쪽에 있는 모든 산들을 죄다 남쪽으로 옮겨 놓으려고 그래.”
“아니, 뭐 땜에?”
“자꾸 너희 쪽 나쁜 아저씨들이 고집을 피우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통일을 시키려고 그런단 말이야.”
두 아기는 얼마 동안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봅니다. 갑자기 두 아기의 눈에서 하얀 불꽃이 튀어 오릅니다. 어느새 오래전부터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통하기 시작합니다.
<움직이는 산> 중에서

2.
‘만공 스님! 난, 영이를 꼭 따라가야만 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소년은 다시 돌아서서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내달렸다. 댓잎들이 소년의 가사 자락에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냈다.
갑자기 뒤에서 죽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흠칫 그 자리에 우뚝 서며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소년은 다시 돌아섰다. 그러나, 두 발이 땅바닥에 철썩 달라붙어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만공 스님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다시 뒤편에서 들려왔다.
- 영길아, 모든 게 다 헛것이란다. 네 마음을 어둡게 하는 허깨비야.
만공 스님의 목소리가 소년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소년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았다. 마구 머리를 내저으며 언덕바지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갔다.
영이의 모습이 모기 떼처럼 왕왕거리며 소년의 눈 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년은 머리를 탈탈 흔들며 엉엉 울었다.
<부처님 곁으로 간 소년> 중에서

3.
점퍼 차림의 아저씨가 소년의 손목을 잡아 자기 바지 호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걸어왔다.
“교도소에 간 아버지가 밉지 않았니?”
“날 대학 보낼 금쪽같은 소를 지키려다 그랬는데….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야, 이 녀석아! 그래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느냐?”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건 아니잖아요? 그것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실수로 그랬는데요, 뭘.”
“그래,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밉지는 않다 그거지?”
아저씨가 소년의 손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아무리 차가운 눈발이 뭉텅뭉텅 흩날려 얼굴을 때려도 잡힌 손끝은 따스했다. 아버지의 손도 이처럼 따스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년은 잡힌 손을 살며시 빼내어 아저씨의 손목을 잡았다. 아저씨가 흠칫 놀라며 먼 산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시오 리 눈길을 걸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