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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ISBN : 9791130427393
지은이 : 클라우스 만
옮긴이 : 김기선
쪽수 : 566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6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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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36년 암스테르담에서 출간된 ≪메피스토≫는 히틀러 시대에 출세한 인물을 그린 소설로, 2차 대전 후에도 출판을 거부당하고 전후 독일 문학사상 가장 큰 재판 사건에 엮이면서 매장되어 있었다. 이후 1981년 로볼트 출판사가 해적판으로 출판하여 6개월 이상 베스트셀러 위치를 기록한 바 있다.
문제의 초점은 소설의 주인공인 헨드리크 회프겐이 나치 정권에서 베를린 국립 극장장까지 지냈던, 불후의 명배우이자 연출가인 구스타프 그륀트겐스와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1946년 정작 그륀트겐스는 이 책을 “경망한 클라우스의 비방”이라고 가볍게 조소로 넘겼지만, 그의 사망 후 그륀트겐스의 양아들이 클라우스 만의 전집을 출간한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초심은 원고에 유리하게, 1968년에 있었던 재심은 피고에 유리하게 판결이 났으나 대법원의 최종 심판에서 그륀트겐스의 유족이 승소하며 금서가 되었다. 이 재판은 “사자(死者)의 결투”라고 일컬어지며 전례 없는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실존 인물에 대한 비방이기에 앞서 권력 국가 사회에 존재할 수 있었던 특정한 타입의 인간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기회주의적 기질을 타고난 유형의 인간이 한편에 권력과 영예를, 다른 한편에 핍박과 가난을 눈앞에 보고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를, 원칙과 이념에 따라 행동하기에 앞서 근시안적인 개인의 이익과 안전, 출세에 전전긍긍하는 인간 유형의 본보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권력과 결탁한 기회주의 인간들의 출세가 가능했던 사회의 병폐, 나아가서 의지가 강하지 못한 개개인을 부패시키며 인간적인 약점을 이용하는 것은 권력 정치의 사회 구조라는 것을 무언중에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출세욕과 양심, 현실적인 이익과 이념, 위선적인 모럴과 본능 사이의 갈등으로 고민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권력의 반려자가 되는 한 예술인의 심리를 탁월한 필치로 그린다.
1936년 베를린 시민들이 전에 좌익계 혁명 극장 운동을 하던 그륀트겐스를 극장장으로 추대하며 열광하는 것을 보고 경악하던 클라우스 만은, 2차 대전 후 아홉 달의 연금 생활을 마치기가 무섭게 복귀하는 그륀트겐스를 열광리에 맞이하는 베를린 시민을 보고는 아연실색한다. 망명 기간 중에는 그래도 나치가 물러나면 자신이 믿는 정치적 도덕관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정치적 신념과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전후 다시 기회주의자들이 대두하는 것을 보고 정치 원칙과 도덕에 대한 신념이 무기력해짐을 느끼며 그는 희망을 상실한 채 1949년에 자살한다.

200자평
토마스 만의 아들 클라우스 만이 자신의 매형 그륀트겐스를 모델로 해 쓴 실화소설이다. 1차 대전이 끝나고 나치가 집권하기까지 혁명 극장 운동에 가담하여 공산주의로 기울었던 헨드리크 회프겐이 1933년 이후 나치 정권 밑에서 연극을 좋아하는 총리대신의 총애를 미끼로 불과 3년 만에 연극 예술 부문에서 최고의 위치인 베를린 국립 극장장까지 오르기까지의 내용을 다루었다. 작가 사후 소설이 그륀트겐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자손이 출판사에 소송을 걸어 서독에서는 오랫동안 금서였다가 1980년대 해적판으로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지은이 소개
클라우스 만(Klaus Mann, 1906∼1949)은 1906년 뮌헨에서 태어나 18세에 등단한다. 토마스 만의 장남인 그는 유명 작가의 2세로서 쉽게 문학 서클에 입문할 수 있었던 반면 평생 유명 작가의 아들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부친과 비교되는 단점도 안고 살았다. 독일 문학계 최초의 동성애에 관한 책 ≪경건한 춤(Der fromme Tanz)≫(1925), 자서전 ≪이 시대의 아이들(Kind dieser Zeit)≫(1932), 소설 ≪영원 속에서 만나는 점(Treffpunkt im Unendlichen)≫ 등을 출간하고, 히틀러가 집권한 1933년 파리로 망명했다. 그의 책은 나치 독일에서 분서의 대상이 되고 1934년에는 국적을 박탈당한다. 1935년 ≪메피스토(Mephisto)≫가 완성되며(1936) 암스테르담의 크베리도 출판사에서 출판되나 독일에서는 곧 금지된다. 1937년 토마스 만 가족은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취득하고 1938년 2차 대전 발발 직전 모두 미국으로 망명하는 기회를 얻는다. 미국 망명 후 클라우스 만은 누이인 에리카 만과 더불어 나치 독일의 실상을 알리는 강연 여행을 하고 소설 ≪활화산: 망명자들 사이에서(Der Vulkan. Roman unter Emigranten)≫(1939)에서는 망명 작가들의 운명을 그린다. 1942년 영어로 쓰인 자서전 ≪전환점(The Turning Point)≫은 성공작으로 평가받았고 후에 독일어로도 출판된다. 1942년 군대에 입대하며 미국 국적을 취득한다. 종전 후에는 미군 잡지의 특파원으로 전단,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나치의 만행을 보도한다. 약물 과용으로 1949년 자살에 이른다.

옮긴이 소개

김기선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뮌헨 대학교 철학부 독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교 한국학과 전임강사, 성신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동 대학교 명예교수다. 번역한 책으로 ≪서사극 이론≫, ≪메피스토≫,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 ≪아르투로 우이의 집권≫, ≪사춘기≫, ≪속바지≫, ≪스놉≫, ≪깨어진 항아리≫, ≪탈리스만≫ 등이 있다. 독일 문학의 한국 수용 문제, 독일 희곡 작품 해석, 독일 여성문학, 독일 신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서설. 1936년
1. HK(함부르크 예술인 극장) 구내식당
2. 무용 시간
3. 크노르케
4. 바르바라
5. 남편
6. 이루 형용할 수가 없지요
7. 악마와의 결탁
8. 시체를 밟으며
9. 여러 도시에서
10. 위협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 속으로
마르더에 대해서도 실망했다.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가인 이 명철한 통찰력의 주인공이 실제로 마주 대하고 보니 의심스럽도록 지극히 보수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째지는 명령 투의 어조로 음흉한 눈빛을 발하면서 바느질 솜씨가 좋은 양복에 맞추어 신경을 써서 고른 넥타이를 매고, 고매한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그는 식탁에 오른 왕새우 중 좋은 것만 골라 먹었다. 그러한 그의 행동은 그가 자기 작품 안에서 비꼰 그런 인물들과 공통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자기가 젊었던 그 황금 시절을, 피상적이고 타락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옛날을 찬양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갑고 탐욕스러운 눈을 끊임없이 니콜레타에게 향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녀대로 입으로만이 아니라 금속성으로 번쩍이는 야회복으로 휘감은 몸으로도 그에게 착착 감겼다.
−127∼128쪽

하늘의 주인이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듯이 독재자는 자기의 용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독수리의 상판을 한 잽싼 조그만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 불구의 예언자와 같았다. 겉으로는 좋은 말을 하지만 귓속말을 즐기는 그는 두 개로 갈라진 혀를 가지고 독사처럼 끊임없이 허위를 고안해 내는 선전가였다. 영도자의 왼쪽으로는 예의 그 유명한 뚱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리를 쩍 벌린 국왕 폐하와 같은 모습으로 목 베는 칼을 짚고 훈장과 리본을 번쩍이며 매일 새 옷을 입고 나타났다. 옥좌 오른쪽의 조그만 남자가 허위를 꾸며 내고 있는 동안 뚱보는 매일 새롭고 놀라운 일들을 고안해 냈다. 자기 자신과 자기 국민을 흥겹게 하기 위해서 축제, 사형, 혹은 호화찬란한 옷들을 창안해 냈다. 그는 훈장용의 별들을, 멋진 유니폼, 멋진 칭호들을 고안해 냈다. 물론 돈도 모았다. 사치를 즐기는 그의 성향에 대해 항간에 떠도는 농담을 들으며 그는 흐뭇하게 웃기도 했다. 가끔 기분이 나쁠 때면 그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말을 지껄이는 사람을 잡아 가두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분 좋게 히죽 웃곤 했다. 대중의 농담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중 사이에 인기가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353∼354쪽

동시에 대규모로 공산주의자들을 처형하면서 뚱보와 절름발이 그리고 영도자는 사적으로 감정이 있는 또는 앞으로 뭔지 두렵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모두 한꺼번에 제거했다. 장군이고 작가고 전 총리대신이고 하등 차별을 두지 않았다. 가끔은 그 부인들까지도 같이 쏘았다. “머리통이 굴러야 한다”고 영도자는 늘 말하지 않았던가! 이제 그때가 다가온 것이다. “조그만 숙청”이 있었다고 후에 보도되었다. 영국의 귀족들과 신문 기자들은 영도자의 정력이 감탄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온화한 사람으로 동물을 사랑하고 고기를 손에 대지 않는다던데 지금 그는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가 죽어 가는 것을 눈도 깜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국민들은 이런 피의 향연이 벌어지고 난 후 신의 사자(使者)를 전보다 더욱더 사랑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일에 경악하고 구토를 느끼는 사람들은 쓸쓸히 시골에 흩어져 있었다.
−4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