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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수필선집
ISBN : 9791128839801
지은이 : 한승헌
옮긴이 :
쪽수 : 312 Pages
판형 : 128*188mm
발행일 : 2017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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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수필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주요 수필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습니다.

동일한 ‘언어’를 다루는 일이지만, 법과 문학의 자리는 꽤 멀어 보인다. 법의 언어가 매우 냉철하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복잡한 인간과 사회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것이라면, 문학의 언어는 보다 감성적이고 미학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선입견이겠지만, 법의 언어가 왠지 비정한 인상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본디 모든 언어가 그러하듯이, 법과 문학의 거리 역시 꼭 먼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나 1970년대부터 1980년대를 경유하는 시기의 법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주 거칠게 말해서 이 시기의 법과 문학은 한편으로는 부당한 군사 독재에 부역하는 방식으로 고유한 언어를 훼손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비록 소수의 흐름일지라도 지배 권력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방식으로 고유한 언어의 신성함을 지키기도 했다. 이때 후자의 경우 법과 문학의 거리는 꽤 가까운 것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이 시기 군사 독재에 부역하던 문학과 이에 저항하던 문학의 거리보다도, 오히려 군사 독재에 저항하던 법과 문학의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승헌의 수필을 읽는 작업은 곧 온전한 의미의 법과 문학의 ‘언어’가 지니는 관계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한승헌은 한국 현대사의 어둠에 맞서 법의 언어가 지니는 정의의 가치를 온몸으로 실천한 법률가이자, 동시에 그 실천적 지성을 문학의 언어로 표현한 드문 문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글을 구부려 세상에 아부하는 일이 횡행하던 시기, 법과 문학의 영역에서 동시에 그 언어의 가치를 지킨 사례는 한승헌이 거의 유일할는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수필을 읽는 일은 더더욱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200자평
한승헌은 법과 문학의 양쪽 영역에서 동시에 그 ‘어두운 시대’를 직시하고 저항했던 매우 드문 변호사이자 문인이다. 그는 중요한 필화 사건의 현장에서 지배 권력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변호했으며, 세속에 영합하지 않는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지속했다. 그의 수필은 변호사로서 추구한 정의의 언어와 문인으로서 추구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의 언어가 맞닿은 성과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지닌다.

지은이 소개
한승헌(韓勝憲)은 변호사이자, 문인이며, 지금은 전북대학교 석좌교수, 서울시 시정고문단 대표로 있다. 아호는 산민(山民)이다
1934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전북대(정치학과)를 나왔다.
고등고시 사법과(제8회)에 합격하고 검사 생활(법무부, 서울지검 등)을 거쳐 1965년 변호사로 전신했다.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탄압받는 양심수·시국사범의 변호와 민주화·인권 운동에 힘을 기울였다.
<어떤 조사> 필화 사건(1975)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1980)으로 두 번에 걸쳐 옥고를 치렀다. 변호사 자격 박탈 8년 만에 복권, 변호 활동을 재개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창립이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방송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감사원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 등의 직분을 맡아서 일했다.
중앙대, 서강대, 연세대, 전북대, 가천대 등에서 저작권법을 강의했다.
저서로는 ≪정치재판의 현장≫, ≪한승헌 변호사 변론사건 실록≫(전 7권), ≪분단시대의 법정≫, ≪한국의 법치주의를 검증한다≫, ≪권력과 필화≫,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산민객담>(전 3권) 시집 ≪하얀 목소리≫ 등 40여 권이 있다.
인제(仁濟)인성대상, 정일형 이태영 자유민주상, 임창순(任昌淳)학술상, 단재상(丹齋賞) 등을 받았다.

차례
1. 세월과 삶
시대의 격랑 속에서
초동(樵童) 시절
높이뛰기
아웃사이더의 발돋움
실견기(失犬記)
광고 사진
으악새
삼민사(三民社)의 추억
가련동 사람
무서운 아이들
분단의 저편, 다시 가 본 ‘북녘땅’
인민예술가 정창모 선배
끝나지 않은 인생의 본문
또 한 해를 보내며
비망록 2011
2. 해학의 방
하버드대학
치과 의사
모자 상봉
해적 타령
얼룩진 역사책
시장이 반찬
무슨 운동을 하십니까?
고대사 전공
호랑이의 기도
미화(美化)
소금
이름
좌우지간 반성
풍채
정상들의 유머
어원 연구
원일한 장로
청와대와 감옥
감기와 아메리카노
3. 법창의 그늘
감옥 풍경
웃음이 있는 법정
대필(代筆)
예언적 공소장
소년교도소
법이 있는 풍경
빌라도를 생각한다.
부활
우문현답
전원 석방
국가 기밀 분식집
구치소 ‘입장료’
얼마짜리 복권?
법률가와 법률업자
4. 비범(非凡)을 찾아서
‘위대한 범용(凡庸)’을 우러르며
싸우는 평화주의자 함석헌
세 사람 이야기
마사키(正木) 변호사
조코비치의 그 한마디
흰 점퍼의 사나이
모세의 걱정
이 어머니를 보라
언론인과 지조
저 높은 곳
이덕(以德)과 이직(以直)
거듭나는 인간
친일과 항일
이 가을에 생각한다
정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해설
지은이에 대해
해설자에 대해

책 속으로
세칭 ≪민중교육≫지 사건(1985년)에서도 진문진답이 각본 없이 전개되었다.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민중교육≫에 실린 두 편의 글이 용공이라고 해서 그 필자와 발행인이 구속되었다.
첫 공판 날, 검사는 피고인에게 물었다.
“피고인은 북한 공산 집단이 대남 적화 통일을 목표로 하는 반(反)국가 단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용공’이라는 공소 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도 검사 신문 첫머리에 으레 나오는 이런 질문에는 거의 “예”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그 피고인은 “모른다”라고 단호히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당혹스런 표정의 검사는 “아ᐨ니, 북괴의 대남 전략도 모른단 말이오?”라고 언성을 높였다.
피고인도 물러서지 않고 “북한 신문도 못 읽고 방송을 들으면 잡아가는데 어떻게 북한의 대남 전략을 알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검사는 한 옥타브 낮춘 목소리로 “구체적인 것까지는 모르더라도 대략적인 건 알고 있을 것 아니오?”
귀찮은 듯이 피고인이 “예”라고 하자 검사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대략적인 것은 그럼 어떻게 알았지요?”라고 역습을 했다.
한참 망설이던 피고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러했다.
“예비군 훈련 가서 들었습니다.”
<우문현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