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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 두 말
ISBN : 9791130410197
지은이 : 김형수
옮긴이 :
쪽수 : 210 Pages
판형 : 128*208mm
발행일 : 2013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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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 활동과 치열한 논쟁으로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 온 김형수 시인의 육필시집.
표제시 <아침 이슬 두 말>을 비롯한 45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소개
김형수는 1959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5년 ≪민중시 2≫에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으며,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 활동과 치열한 논쟁을 통한 새로운 담론 생산은 그를 1980년대 민족 문학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으로 부르게 했다.
2004년 3월부터 2008년 1월까지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2005년 남북작가대회 평양 개최(남측 집행위원장), 2007년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 전주 개최(집행위원장) 등의 행사를 성사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중앙대학교에 출강해 문학 창작에 대한 강의를 했다.
시집 ≪빗방울에 대한 추억≫ 등 3권, 장편 소설 ≪조드≫(2권)와 ≪나의 트로트 시대≫,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평론집 ≪반응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등 3권, 그 외 ≪흩어진 중심-한국 문학에서 주목할 장면들≫, ≪문익환 평전≫ 등의 저술을 남겼다.
특히, 장편 소설 ≪조드≫의 집필을 위해 약 1년 동안 몽골 현지에서 체류하면서 유목민들을 만나고 체험하며 그들의 삶과 역사를 이해했다. 이 소설은 한국에서 출간된 뒤 몽골의 일간 신문 ≪우드린쇼당≫에서 2012년 7월부터 연재해 2013년 가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차례
자서(自序)

1부 버짐꽃
버짐꽃
배고픈 한울
밀래미 이야기·2
고향 사람
용산역에서
좋은 날
향수
세월 속에서
아버지 아버지
불갑산 남쪽·1
달밤
부산 제3부두
낡은 수첩·1
낡은 수첩·2
오리발과 빨간 나비넥타이
옛날이여

2부 개 사돈
개 사돈
뗏목지기는 조직원이었네
뜸부기
십 년 후
새벽길
마음 울적한 날
눈 오시는 날

나는 지금 부평에 간다
완행열차 대합실에서
빈 굴레방다리
붉은 날의 서정
인생 교양
바람처럼 강물처럼 세월처럼
밤차
요령 퍼지는 밀재
눈물바람
진눈깨비

3부 아침 이슬 두 말
아침 이슬 두 말
다시 또 아침 이슬 두 말
산행·1
남한강·발원지
젊음을 지나와서
져야 할 때는 질 줄도 알아야 해
예비군을 마치며
봄 바다
기다림의 시
배고픈 다리·6
빗방울에 대한 추억

김형수는

책 속으로
아침 이슬 두 말

내게 스승이 있었네
고등학교 마치고
마빡에 아직 피도 안 마른 놈이
농협 영농계 직원 하며 건방 떨 때
일찍이 내게 사람의 길을 가르친
식민지 매판 정권 말단 관료 박씨
그때 그의 나이 오십 줄을 넘겼었네

나는 아직도 무릎 꿇어 존경하네
스무 살배기 술장사 아들놈이
나라 행정 안 닿는 산간이라 벽지에서
병충해도 모르면서 농약 담당 서기 할 때
젊은 계장! 하고 불러 공복(公僕)의 길을 가르친
농촌 지도소 모범 직원 박씨
그는 언제나 네 시에 일어났네
꼭두새벽부터 온 들판 휘어 돌아
흰빛잎마름 진 벼 잎삭 꺾어다가
출근하기 무섭게 날 불러 가로되
요런 거 갖고 오거등 이쪽 약을 주소
무내미방죽 아랫논은 멜구만 잡으면 된 게
딴 약 쓰지 말고 저쪽 약 쓰게 허고잉

나라에 세금 내고 교육도 다 못 받은
농민들의 머슴으로 자신을 선택한 자
배운 종이 못 배운 상전을 모시려면
눈물도 콧물도 닦아 줘야 되는 법
바짓가랑이 휘적여 아침마다 최소한
이슬 두 말씩은 털어 내야 한다는
그이 때문에 나는 도둑의 길을 버렸네

어이 결코 잊을 수 없네
어쩌면 한세월
그와 내가 농민들 목숨 줄을 쥐었으니
공복의 가랑이로 아침 이슬 두 말을 털면
농민은 농사를
혼자 짓지 않고 나라와 짓는다는
철저한 당파 분자 농민의 벗 박씨

동구가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고
억장 막혀 슬픈 날 그이가 생각났네
환갑 넘어 죽을 때 묻힐 땅도 없었던
식민지의 미천한 하급 관료 박씨가
부질없이 생각나 하늘 향해 물었다네
동구에 그만한 일꾼이 몇이었나
인민의 공복들은 그만큼도 못 됐었나

 

자서

오래도록 시를 쓰지 않았다.
세 번째 시집을 낸 후 20년 동안 침묵한 것이다.
그사이에 조심스레 써 본 것은 묶지 않았으니, 모두 젊음의 시련만 후회가 가시지 않는다.
육필시집을 준비하느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스물두 살에 광주에서 5. 18을 겪고 문학적 궤도를 수정한 체온과 땀내.
편편이 세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과 슬픔이 고여 있다.
부끄럽지만 내 영혼의 형상이라 믿어 견디려 한다.
이 초라한 정신이 세상의 모퉁이에 서 있어도 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자 한 자 적는 동안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쉬웠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