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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
ISBN : 9791130411439
지은이 : 김태형
옮긴이 :
쪽수 : 232 Pages
판형 : 128*208mm
발행일 : 2013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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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인간 내면의 고독과 열정을 그려 온 김태형 시인의 육필시집.
표제시 <염소와 나와 구름의 시>를 비롯한 50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소개
김태형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1992년 ≪현대시세계≫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했으며 시집 ≪로큰롤 헤븐≫,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 ≪코끼리 주파수≫,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을 출간했다.

차례
시인의 말

노란 잠수함
낙타의 짐
완전군장
늙은 수캐
삼수갑산
하이웨이 드리밍

허구렁이
반두안
동백이 지고 나면
그게 배롱나무인 줄 몰랐다
소금 창고
옛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를 낸다
꽃뱀을 따라서
폐어
속꽃이라면 나도 피워 본 적이 있다
들어가서 여는 방
육필
어제는 지나가지 않았다
디아스포라
권투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진흙구렁이

절벽은 다른 곳에 있다
당신 생각
띵샤
내가 살아온 것처럼 한 문장을 쓰다
백남준아트쎈터
외로운 식당
묘비명
죽은 개가 내 이마에 침을 흘리며 지나간다
도마뱀
밀주
재봉사
짜이
사원에 들어갈 때는 머리 위의 종을 쳐라
까비르
오, 라다
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
별똥별
그 노래를 조금 더 들었어야 했다
빈 들판

고비
보이저 코드
관리자
잉어
고양이 강좌
이모
개구리가 운다

김태형은
시인 연보

책 속으로
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

며칠 전 작은 구름 하나가 지나간 곳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풀을 뜯으러 가고 있습니다
몇 방울 비가 내린 자리에 잠시
초원이 펼쳐지겠지요
이름을 가진 길이 이곳에 있을 리 없는데도
이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물어봅니다
이름이 없는 길을
한 번 더 건너다보고서야
언덕을 넘어갑니다
머리 위를 선회하다 멀찌감치 지나가는 솔개를
이곳 말로 어떻게 부르는지 또 물어봅니다
언덕 위에 잠시 앉아 있는 검독수리를
하늘과 바람과 모래를
방금 지나간 한 줄기 빗방울을
끝없이 펼쳐진 부추꽃을
밤새 지평선에서부터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별들을
그리고 또 별이 지는 저곳을
여기서는 무엇이라 부르는지 물어봅니다
어떤 말은 발음을 따라 하지 못하고
개울처럼 흘러가는 소리만을 들어도 괜찮지만
이곳에 없는 말을
내가 아는 말 중에 이곳에만 없는 말을
그런 말을 찾고 싶었습니다
먼저 떠나는 게 무엇인지
아름다움에 병든 자를 어떻게 부르는지
그런 말을 잊을 수 있는 곳으로
그런 말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뿌리까지 죄다 뜯어 먹어 메마른 구름 하나가
내 뒤를 멀찍이 떨어져 따라오고 있습니다
지나온 길을 나는 이미 잊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인 듯 뒤에서 이름을 부른다면
암갈색 눈을 가진 염소가 언덕을 넘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시인의 말

가끔 먼 곳에 다녀올 때면 꼭 작은 돌을 주워 온다. 책상머리에 쌓아 놓을 수 있을 만큼 세 개쯤은 들고 온다. 그런 돌을 모아 놓고 보니 돌담이 하나 생겼다. 상수리나무 뒤쪽이 너무 어둡지 않게 돌담을 쌓아 놓고, 애써 뒤꿈치를 들지 않아도 내 방 창문이 건너다보이도록 그리 높지는 않게 돌담을 쌓아 놓고, 그리워지라고 햇빛 맑은 돌담을 쌓아 놓고는, 햇빛만 건너오는 돌담 밖으로 나가서 한 바퀴 에둘러 보기도 하는 그런 돌담이 하나 생겼다.